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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악마의 구간’ 9번 커브…한국 선수들에겐 ‘천국의 열쇠’

등록 2018-01-02 20:48수정 2018-01-02 21:15

〔2018 평창겨울올림픽-더 깊게 즐기자〕
썰매종목, 극강의 안방 효과
나라마다 트랙 모양 제각각이지만
개최국 선수는 잦은 훈련 덕 익숙
“미묘한 기술 필요한 구간 많아
외국 선수들 적응 쉽지 않을 것”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2월9~25일)에서 썰매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스켈레톤 남자대표팀 에이스 윤성빈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한데다, 여자팀에선 지난해 루지 최강국인 독일 출신의 아일린 프리쉐가 귀화해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썰매 종목 특유의 ‘개최국 프리미엄’을 활용하면 기대를 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개최국 썰매 선수들은 다른 종목의 ‘홈팀 효과’와 견주기 어려울 만큼 안방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나라마다 제각각 경기장 트랙 모양을 결정하는 영향이 크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유럽 10곳, 북아메리카 4곳, 아시아 2곳 등 세계 16곳의 트랙을 공식 인증했다. 이들 썰매 트랙은 총길이가 최대 2㎞ 안팎으로 대개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경기장마다 길이와 경사, 커브 수 등이 서로 다르고, 곳곳에 급경사와 험한 굴곡이 도사리고 있다. 선수들로서는 어디서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개최국 선수들은 실제 대회가 치러지는 트랙에서 일상적으로 훈련을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돌발상황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눈 감고도 트랙을 돈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모두 16개 코스로 이뤄진 평창슬라이딩센터는 총 트랙 길이가 세계 최장인 2018m에 이른다. 게다가 ‘악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9번 커브부터 15번 커브로 이어지는 구간은 급경사와 함께 고도의 조종 기술이 필요하도록 설계돼 국외 선수들이 짧은 기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에서 훈련을 하던 조지아의 루지 선수가 썰매에서 튕겨나가 사망하는 사고가 난 이후, 평창슬라이딩센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가 됐다고 하지만 국외 선수들에게 낯선 경기장은 여전히 도전과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조상희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심판위원장은 “시속 100㎞ 속도로 1㎞를 훌쩍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비개최국 선수들로서는 낯선 곳에서 집을 찾아가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경기장에 물을 뿌려 얼음을 얼린 뒤, 이를 다시 적당한 두께와 각도로 깎아내는 작업(프로파일링)을 하는 ‘아이스 메이커’들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들이 개최국 선수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얼음 온도를 조절하거나, 커브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기후 차이와 그에 따른 경기 당일 트랙 상태도 다른 나라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소다. 0.01초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이 몸무게를 10g 단위로 조절해본다는 썰매 종목에서 트랙, 기후, 아이스 메이커 같은 경기 외적인 요인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가 ‘스켈레톤계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면서도, 지난 두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개최국 선수에게 밀려 은메달(소치에선 승계 금메달 획득)에 그친 게 대표적이다. 특히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완공(2016년 10월)된 지 불과 18개월밖에 되지 않아, 국외 선수들은 ‘올림픽 테스트 대회’ 등을 통해 극히 제한적인 경험만 해본 상황이다. 성연택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사무국장은 “평창 트랙은 ‘악마의 코스’로 불리는 9번 커브의 거친 지점뿐 아니라 평이한 듯하면서도 미묘한 썰매 조종 기술이 필요한 곳이 많도록 설계됐다”며 “우리 선수들의 높은 기량과 안방 이점을 감안하면 평창에서 썰매 한국 대표팀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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