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미성년자 성매매 근절’ 활동하는 SYSTEM 대표]
온라인 나체 사진 ‘잘못된 탈출구’ 삼아
“폭력적 남성들 보며 ‘뭔가 잘못됐다’ 깨달아”
SNS에 미성년자 성매매 부추기기 만연
가정폭력·학대 경험 청소년이 빠져드는 경향
트위터·텀블러 모니터링하며 오프라인 시위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성 강화해야”
온라인 나체 사진 ‘잘못된 탈출구’ 삼아
“폭력적 남성들 보며 ‘뭔가 잘못됐다’ 깨달아”
SNS에 미성년자 성매매 부추기기 만연
가정폭력·학대 경험 청소년이 빠져드는 경향
트위터·텀블러 모니터링하며 오프라인 시위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성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하루는 조건만남을 하기로 한 남성을 만났는데, 전자발찌를 차고 있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가 ‘강간상해’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했어요. 조건만남으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기구를 이용해 상해를 입혔고, 그래서 여자가 수술까지 해야했대요. 더 어이가 없었던 건 그 남자가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거에요. 그런 사람들이 의사랍시고 진료를 할 걸 생각하면… 실제로 계정을 운영하다보면 ‘겉으로만 멀쩡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대기업 임원부터 시작해서 의사, 선생님…
트위터로 ‘섹계’를 운영한건 딱 한 달이었는데, 온갖 폭력을 많이 당했어요. 피가 날때까지 관계를 요구하거나,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일들이요. 디엠(메시지)을 통해 성희롱하거나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은 비일비재했고요.”
“일반인 몰래카메라부터 시작해서 미성년자 성매매까지, 소라넷에서 이뤄졌던 모든 성폭력이 트위터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실제로 트위터 섹계 계정을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내가 소라넷 초대남(소라넷에서 인사불성 상태의 여자를 성폭행하기 위해 회원들을 초대하는 범죄 행위) 출신이다’라며 자랑하는 남성도 있었고, ‘소라넷이 없어져서 여기(트위터)로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트위터가 ‘제2의 소라넷’이 되고 있는 거죠.”
“17살에 가출을 위해서 돈을 모으려고 ‘섹계’를 운영하며 조건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섹계를 운영할 당시 저는 학업 스트레스로 생활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고, 자살 욕구를 느낄 만큼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섹계는 일종의 탈출구였습니다. 외모와 성적으로 깎인 자존감을 비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조건만남을 했어요. 공연을 보고싶기도 하고, 무언갈 사고싶기도 하지만 집에 손을 벌리긴 싫고. 그냥 ‘한번 해보자’하는 호기심에 시작했습니다.”
-‘시스템’이 받은 제보 내용 발췌
“미성년자 성매수를 시도하려는 남성들은 미성년자들을 ‘로리’라고 불러요. 어리면 어릴수록 더 좋다고 ‘찬양’하는거죠. 일부러 미성년자 계정만 찾는 사람들도 많아요. 기프티콘도 보내주고, 문화상품권도 보내주고 그러면서 속칭 ‘관리’를 해요. 근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런 행동은 대부분 ‘성적인 보상’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거든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나체 사진을 올리지 않거나, 요구대로 만나주지 않는다거나 하면 바로 욕을 하고 신상을 유포시키겠다고 협박하는거죠.”
“성관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만났는데 준강간을 당했다.”
“만나자는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바로 ‘강간하고 싶다, 죽이고 싶다’ 등의 협박이 왔다.”
“미성년자라 조건만남은 하지 않는다고 공지를 올렸음에도 신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관계를 요구했다.”
“만나자거나 속옷을 팔아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렇지 않겠다고 답하면 ‘너도 좋아서 이런거(섹계) 하는거 아니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콘돔을 빼고 성관계를 맺은건 예사였다. 심한 경우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
-‘시스템’이 받은 제보 내용 발췌
‘시스템’이 받은 제보 내용들.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강간과 같은 성폭력을 합리화할 수는 없어요. 자발적으로 나체 사진을 올렸다고 해서, 돈을 받는 조건으로 조건만남을 했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에게 성폭력을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잖아요.
‘시스템’에서 받은 제보 내용을 보면,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한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도 ‘저도 정말 잘못했지만’, ‘절대로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등의 자책감을 함께 얘기해요. 피해자 스스로도 ‘이런 계정을 운영한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더더욱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워지는거죠.”
“실제로 ‘섹계’를 운영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입고 나서야 내 상태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졌어요. ‘내가 과거에 겪은 가정폭력에 대한 기억을 이런 식으로 해소하려고 했구나, 그리고 객관적으로는 이런 피해를 입었구나’라는 생각들이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미성년자 성매수가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계속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확실히 내 경험을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당사자로서 직접 겪어본 일들이 활동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요. 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처음 제 얘기를 듣고 놀랐지만, 다들 ‘이해한다’는 말을 해줬어요.”
게티이미지뱅크.
“독일은 올해부터 ‘헤이트스피치’(혐오표현)법을 시행하고 있어요. 에스엔에스에 혐오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도 처벌을 받지만, 이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죠. 아동·청소년 성매수 문제도 같다고 생각해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를 감시하고, 심각한 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까지 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워야 해요.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도 더 적극적으로 국제 공조를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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