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수사종결 뒤 저녁자리에서 법무부 간부들에게 돈봉투를 건네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우수)는 20일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 100만원의 현금과 9만5000원어치 식사를 제공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지검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식사비용과 금전을 모두 청탁금지법의 처벌 예외사유로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경우에는 예외다.
재판부는 먼저 저녁식사 참석자들 사이에 직무상 상하관계가 적용된다고 봤다. 검찰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검사 사이에는 명령·복종관계가 없어 직무상 상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은 (예외사유에 대해) ‘상급 공직자’라고만 정의하고 있는데, 다수 법령에서 ‘상급 공직자’는 직무상 명령·복종관계를 전제하지 않는다”고 정리한 뒤, “당시 피고인과 두 과장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식사비용과 돈봉투 금액은 모두 ‘격려금’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으로서 장기간의 수사를 마친 특별수사본부와 이를 지원한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찬을 열어 식사를 제공했고, (검찰의) 공소사실에도 음식물과 금전이 ‘격려금’으로 전제돼 있다”며 “만찬의 성격, 개최 경위, 장소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위로나 격려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금전을 제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처럼 식사비용과 돈봉투 금액을 나눠 판단하지는 않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식사비용은 청탁금지법 예외사유에 해당하고, 돈봉투 금액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일한 기회에 제공된 음식물과 금전을 분리해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 전 지검장은 국정농단 수사종결 직후인 지난해 4월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노승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 특별수사본부 검사 7명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및 과장 2명과 저녁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고, 두 사람의 식사비(1인당 9만5000원)도 제공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이 전 지검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