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경영 행태에 분노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총수 일가 퇴진을 요구한다.
2일 대한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연대 쪽 설명을 들어보면, 이들은 오는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 촛불집회’를 연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집회는 대한항공 직원 약 2000여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익명 오픈 채팅방(이하 채팅방)에서 추진됐다. 이날 촛불집회 사회는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연대는 촛불집회에서 총수 일가와 석태수 부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노동착취 중단, 근무여건 개선, 사람답게 근무할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이들은 “첫 번째 집회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향후 계속 집회를 열어 더 나아진 촛불집회를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사 쪽이 촛불집회 참석자를 색출해 인사 등 불이익을 주지 않을지 우려해 신분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힘을 기울였다. 이에 직원연대는 사 쪽의 불법 채증에 대비해 집회 참석자들에게 검은색 계열 옷에 벤데타 가면이나 모자·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여하라고 당부했다. 벤데타 가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속 주인공이 착용한 것으로, 이번 집회에선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에 저항한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27일 대한항공 2개 노조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연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촉구대회' 당시, 사 쪽 직원이 현장을 채증하는 장면이 채팅방에 올라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직원연대는 “사 쪽 인원이나 노무의 채증은 위법이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 조처 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한 객실 승무원은 “신분이 노출돼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움은 있다. 4년 전 땅콩회항 사건과 물컵 갑질을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