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 광장에서 익명 여성들의 모임인 ‘비웨이브’(BWAVE)가 주최한 임신 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여성은 아기공장이 아니다, 여성은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한낮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 200여명이 차례로 모였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 여성들의 모임인 ‘비웨이브’(BWAVE)는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 광장에서 시위를 열고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 변론이 있은 뒤 처음으로 열린 임신중단 합법화 촉구 집회다. 여성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었던 폴란드의 ‘검은 시위’를 본따 지난해 10월부터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진행해온 비웨이브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면 즉각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체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회에서는 여성을 임신을 위한 도구로 보는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기자판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인구절벽’, ‘피임실수’, ‘성범죄’라는 단추가 있는 아기자판기에는 “버튼을 누르면 아이가 나옵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비웨이브 쪽은 “정부의 인구정책으로도, 피임 실수로도, 성범죄로도 임신을 할 수 있는게 현실”이라며 “여성을 아이를 낳는 기계로 보지 않고, 임신과 출산에서 여성의 안전과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집회에서는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던 보충의견서에 대한 성토도 터져나왔다. 법무부는 당시 보충의견서에서 임신중단을 하려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임신과 출산으로 여성이 겪게 되는 신체 변화나 사회적 차별을 ‘낙태죄에 따른 별개의 간접효과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지난 31일 “헌재에 제출한 보충의견서에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들어 있어 이를 삭제하기 위해 29일 이 의견서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가 헌재에 제출한 낙태죄 합헌 취지의 변론요지서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다.
집회 참가자들은 법무부의 보충의견서에 빗대 “법무부가 (의견서를) 제출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웨이브 쪽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권리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이를 범죄로 간주해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후진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웨이브는 “법무부의 입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앞으로도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70조 제1항(동의낙태죄)은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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