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개인 별장 건축에 회삿돈을 끌어다 쓴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개인 별장을 짓는데 회삿돈 200억여원을 쓴 혐의로 담철곤(63) 오리온 회장을 10일 오전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나온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별장 공사를 했냐’ 등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담 회장은 해당 건물은 “회사 연수원”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건물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오리온 연수원’ 인근에 지어진 지상 2층, 지하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이다. 경찰은 담 회장이 이 부지를 차명으로 사들인 뒤 호화 별장을 지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별장 건설 도중 회사 명의로 해당 부지와 건물을 다시 사들인 뒤 개인 별장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해당 별장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담 회장에게 차명을 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강아무개씨는 2009년 9월 이 땅을 12억6500만원에 사들인다. 이후 강씨는 이 땅에 건물을 지은 뒤 2012년 12월 땅과 건물을 모두 주식회사 ‘오리온’에 팔았다. 당시 오리온은 강씨에게서 토지 14억5000만원, 건물 151억2741만원 등 총 165억7천여만원을 주고 이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단독주택은 추가 공사를 거쳐 2014년 완공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강씨 등을 조사하면서 토지 매입부터 별장 건설까지 모두 담 회장 쪽이 주도했으며, 강씨는 명의만 빌려준 정황을 확인했다. 또 이 별장을 회사가 아닌 담 회장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정황도 여럿 확인했다. 경찰은 오리온이 해당 별장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165억7천여만원 외에도 이후 리모델링 등에 사용된 회삿돈이 더 있다고 보고, 담 회장의 횡령 액수를 200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오리온 쪽은 “해당 건물은 설계 당시 영빈관 목적으로 지으려 했으나, 완공된 2014년 용도를 재검토해 현재 연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담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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