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북 노동계는 정부간 교류가 단절됐을 때도 민간차원에서 ‘관계의 끈’을 잇는 고리 구실을 해왔다. 9·19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노동단체 대표의 하나로 합류했던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통일과 평화 번영을 위한 대장정에 노동계가 함께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방북을 밑돌삼아 남북 노동단체들이 다음달 평양에서 향후 연대와 협력을 위한 협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정상회담은 노동계에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남북이 함께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가는 대장정에 함께 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남북 노동계는 남북 정부가 갈등하는 시기에도 지속적인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열렸지만, 민주노총과 함께 이런 방식의 남북 노동교류를 계속해왔다. 남북 노동계가 앞으로 민간 교류에 큰 구실을 할 것이다.”
북쪽 노동단체와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먼저 10월 중에는 남북 노동단체들이 평양에서 교류·협력을 위한 실무 논의를 하자고 얘기했다. 구체적으로는 2001년 남북간에 결성된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 복원, 남북 노동단체들이 산업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류·협력 활동 펼치기, 남북 노동자 연대 강화와 ‘판문점 선언’ 구체화를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노동자 대회 개최 등이다.”
실현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해봐도 좋을까.
“노동계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면, 실제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활발한 영향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합의된 부분만 실천돼도 괄목할 진전을 보일 것이다. 9월19일 남북 정상의 ‘가을 결실’에 더해 한번 더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평양 방문은 처음이었나.
“2002년 이후 북한에 10차례 정도 다녀왔다. 평양은 이번이 네번째다. 그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특히 평양 시민들의 표정이 전반적으로 환해졌다. 예전에는 말을 붙이면 대개 “일 없습네다”라면서 딱 잘랐다. 지금은 태도가 밝아지고, 과거 무채색이었던 거리와 콘크리트 빌딩들이 화사한 파스텔톤으로 바뀌었더라. 엄청난 고층건물들이 생겼고, 시민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일상화된 것 같았다.”
2박3일간 정상회담 일정에 함께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아달라.
“능라도 5·1 경기장 연설이었다. 우리 대통령이 최초로 15만 북쪽 평양 시민들과 함께 마주치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우리 민족은 5천년간 하나였고, 70년간 분단됐다”고 말하고, 평양시민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굉장히 많은 뜻을 함축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북쪽을 여러차례 갔던 이들에게도 이번 백두산 산행은 특별했을 것 같다.
”백두산에 가기 전날, 평양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빗방울도 조금 있었다. 천지를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삼지연 공항에 도착하자 날이 환하게 개어 있었다. 맑게 갠 개마고원 길을 달려 천지를 마주했을 때 경외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나.
”무엇보다 두 정상간 합의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더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걷혔으면 좋겠다. 앞으로 기차 타고 북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우리 전기가 북쪽의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교류가 있게 될 거다. 그런 기대에 가슴이 설레고 벅차다. 이번엔 반드시 이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도 남북 교류·협력에 큰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
“우리도 남북 노동자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 등에 충분히 대비를 해야한다. 우선 노동현장에서 쓰는 용어 차이나 노동법 체계의 차이 같은 것은 미리 연구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노동자들이 북쪽 곳곳에 진출하고. 북쪽 노동자도 남쪽으로 많이 오게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북쪽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해서 함께 노동운동을 함께 하는 날도 꿈꿔보겠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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