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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황우석 연구’ 진실게임 긴장 고조

등록 2005-12-11 11:21수정 2005-12-12 02:04

잇따라 제기된 의혹들 어떻게 풀어야 하나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상황이 급진전하고 있다. 애초 연구에 쓰인 난자의 조달 경위를 둘러싼 윤리 논란으로 시작해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비난으로 불거진 사안이 검증 필요성을 두고 논란을 벌이다 논문 자체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디수첩은 범국민적 비난여론에 밀려 문화방송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중단되었지만, 이후 황 교수에 대한 의혹은 피디수첩 방송중단과 관계없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 일주일새 황 교수 논문에 대해 잇따라 새로이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본다.

12월4일 피디수첩 ‘완패’ 퇴각...12월5일 “사진 중복됐다” 인터넷 번져

12월4일 YTN의 보도로 피디수첩의 비윤리적 보도가 알려진 이튿날인 12월5일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gene.postech.ac.kr)에 2005년 황 교수 논문에 대한 문제제기가 올라왔다. 황 교수 논문의 첨부자료에 실린 세포들의 사진이 모두 달라야 하는데 44쌍중의 사진중 5쌍이 동일하다는 것이, 그림과 함께 의혹 제기된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이에 대해 이미 이를 <사이언스>쪽에 통보해 수정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전에 인지한 ‘편집상의 실수’ 정도로 해명했다. 그러나 추후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이 사실을 통보한 시점은 인터넷에서의 문제 제기가 알려진 5일 이후였다는 게 알려졌다.

생명과학도들이 모인 사이트에서는 이 사진 중복이 편집상의 실수로 여겨지기 어렵게 스케일 바를 조작했다며, 의도적인 왜곡 의혹을 제기했다.


12월6일 DNA 지문도 일치.. 생명과학도 ‘열띤 진위 논란’

12월6일 황우석 교수 연구를 둘러싸고 활발한 의견교환을 벌이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인 ‘브릭 소리마당’에 새로운 의혹이 등장했다. 실제 실험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정도로 각 세포들의 DNA 지문이 일치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지방 국립대 박사라고 밝힌 한 브릭 회원에 의해 상세한 분석이 이뤄진 장문의 한글문서가 관련분야 전문가들에게서 인터넷상에서 전파되며,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한 의혹이 번져갔다.

이 두 가지 의혹에 대해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교수 30여명은 8일 ‘심각한 의혹’이라며 서울대학교가 황 교수 논문에 대한 검증에 나서서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그렇지 못하고 외국에서 진위가 검증될 경우 한국의 과학계 전체가 신뢰를 잃어버리는 ‘국가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건의문을 서울대 총장에게 내고,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줄기세포 사진 조작 논란 확산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 중 새롭게 조작논란이 일고 있는 세포분석 사진. (사진 연합)
줄기세포 사진 조작 논란 확산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 중 새롭게 조작논란이 일고 있는 세포분석 사진. (사진 연합)

서울대 교수들, “의혹 심각 대학당국이 검증 나서야” 건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증 요구에 직면해온 황우석 교수쪽은 △사이언스가 검증한 것을 다른 기관이 검증하도록 할 수 없다 △비전문가에 의한 검증은 과학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내년 봄 발표될 논문과 후속연구로 검증받겠다 면서 “검증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12월10일 새벽, 일본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에서 황 교수 논문의 사진 의혹에 대한 좀더 강력한 의문을 담은 게시물과 그림 분석이 올라와 한국에 소개된다. 이는 곧 브릭 등에 있는 한국 과학도들의 ‘검증’을 통과한다.

10일 오후 피디수첩 공개돼 ‘일파만파’

10일 오후 프레시안은 방송이 중단된 피디수첩의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피디수첩이 지난 10월20일 미국 체류중인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 김 연구원으로부터 “2개의 사진을 10장으로 불리는,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는 증언을 담은 녹취록이다. 보도된 녹취록 내용에 대해 피디수첩쪽은 자신들이 유출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취재한 것과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프레시안은 "K연구원이 'PD수첩' 제작진에게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수록될 사진을 준비한 과정을 설명하며 ▲줄기세포 2개만을 넘겨받은 뒤 ▲황우석 교수의 직접 지시에 따라 ▲사이언스에 제출할 11개 줄기세포의 사진을 만들었으며 ▲이 같은 사진 제작과정은 연구팀 안에서도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 외에는 잘 모를 수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YTN은 이날 오후 3시 "미국 피츠버그대의 한국인 교수가 'K연구원이 황우석 교수의 지시나 요청에 따라 줄기세포 사진 2장을 11장으로 늘렸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피츠버그대, 두 가지 의혹 등 한국연구원 3명 조사

한편 과학자의 자존심과 <사이언스>의 권위를 내세우며, 연구논문 의혹을 검증하자는 국내 언론과 과학도의 요구를 일축해왔던 황우석 교수의 태도가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으나, 황 교수 논문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서울대 교수 등을 비롯해 이공계 연구자들이 무엇보다 우려해온 사항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인 재럴드 섀튼 교수와 황 교수가 파견한 세명의 한국 연구원들이 연구하고 있는 미국 피츠버그대는 황교수팀 연구결과에 대한 조사에서 중복게재된 줄기세포 사진과 DNA지문 분석 잘못뿐 아니라 과학적 연구결과 전반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한국인 연구원 3명도 조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복제양 돌리에 대한 의혹 해소 과정을 예로 들며 황 교수가 의혹을 사고 있는 연구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세계적 생명과학자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사이언스 태도 돌변, 황 교수에게 사실상 제3기관 검증 권유

한편 2004년과 2005년 잇따라 황 교수의 논문이 실리고,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의혹제기를 일축해오던 미국의 <사이언스>도 입장을 바꿔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황 교수쪽이 논문 ‘검증 불가’의 주된 이유로 내세운 미국의 <사이언스>가 황 교수가 언론의 의문에 직접 답하거나 제3자의 검증을 받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진저 핀홀스터 <사이언스> 대변인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본 언론보도들과 달리, 우리는 황 박사가 언론의 문의에 응답하지 말도록 만류한 적도 없고, 황 박사가 자신의 발견물에 대해 (제3자가) 독립적인 복제를 (통해 검증하도록) 의뢰하는 것도 만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 논문에 대한 기존의 <사이언스> 태도가 뒤바뀐 것이다. <사이언스>는 중복사진에 대한 의혹만 아니라 세포 DNA지문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해명해줄 것을 황 교수와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쪽에 모두 요청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케네디 <사이언스> 편집장은 7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화방송의) 주장 중 믿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으나, 며칠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황우석 교수팀이 겪어야 할 시련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 11월27일 서울대학교 수의대의 황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체세포 핵이식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
황우석 교수팀이 겪어야 할 시련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 11월27일 서울대학교 수의대의 황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체세포 핵이식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나?

과학은 신비와 신념의 영역이 아닌, 공개된 검증의 영역이다. 국내에서 소속 기관과 경쟁 연구자집단에 의해 일차적으로 검증되어야 하고, 연구자 집단이 아니더라도 과학적 근거를 갖고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이 있을 때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는 ‘투명한 영역’이다. 다수결이나 외부의 권위에 의하거나, 집단적 정서나 국익으로 과학적 검증을 대치하고 다음 성과로 나아갈 수 없는 영역이 과학이다. 모든 과학적 가설과 발표는 검증을 통해서 그 보편성과 타당성을 인정받는다. 사이언스의 검증 절차에서 드러나듯 세계 유력과학저널은 실물이 아닌 제출자료를 통해 논리적 정합성과 연구의 의미를 따지는 것인 만큼, 과학자 개인의 신뢰성이 과학적 연구와 논의의 바탕이다. 황 교수 논문이 세계적 관심사였던 만큼 이에 대한 검증 요구도 세계적 차원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황 교수 논문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을 풀어가는 첫 번째 순서는 당사자인 황 교수가 의혹이 생긴 부분들을 직접 해명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부와 대학, 관련 연구자들이 나서서 국내에서 가장 철저하면서도 신뢰도 높은 검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대학들과 과학자 집단이 앞으로 국제적 무대에서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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