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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야구선수 도박사건’ 재판개입 고위법관 견책 처분… 대법원 ‘제식구 감싸기’ 비판

등록 2018-10-12 11:18수정 2018-10-12 17:30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판개입’으로 견책 처분받아
‘오승환·임창용 야구선수 도박사건’ 재판 절차 개입
“재판 넘기면 판사도 못 바꾸는데” 솜방망이 징계 비판
당사자 “조언해준 것일 뿐… 당사자도 압력 아니라 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 시절 수사기밀 누설 의혹을 받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씨 도박사건 재판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대법원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의 재판 개입에 견책이라는 경징계가 내려진 데 대해 대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법관징계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난 4일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견책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임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할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던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씨의 도박사건 재판 과정에 개입했다. 임 부장판사는 그해 1월 14일 법원 사무직원으로부터 ‘담당 법관인 김아무개 판사가 해당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는 보고를 받은 뒤 ‘공판절차 회부 결정문 송달 등 후속 절차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김아무개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당시 오승환 선수와 임창용 선수는 해외 카지노에서 4천만원대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각 벌금 1천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두 선수에 대해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한 바 있다. 대법원 조사 결과 등을 살펴보면, 당초 정식 재판에 넘긴 결정을 뒤집어 두 선수에 약식명령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견책 처분을 내렸다. 징계 처분이 너무 낮다는 비판과 함께 대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견책 처분은 서면 훈계하는 정도의 징계로, 법관징계법이 정한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다. 한 판사는 “결정을 이미 해서 재판에 넘긴 사건은 판사 본인도 못 바꾼다. 견책은 말도 안 되는 처분”이라며 “공판절차에 회부해 종국 입력까지 마친 순간 결정문은 공문서로서 완성된 것이다. 그걸 파기하면 공용서류무효죄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임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임 부장판사는 입장문을 통해 “법정최고형이 벌금형이어서 정식 재판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굳이 4~6개월 소요되는 공판 절차를 진행해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게 우려돼 조언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판사가 부당한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도 징계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판사는 대법원 윤리감사실 조사에서 “임 부장판사의 조언 행위가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유에스비에서 발견된 문건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문건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왔을 당시 작성된 것으로, 검찰의 ‘법관비리’ 수사확대를 막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담겼다. “검찰 수사 태도로 볼 때 다른 판사들에게로 수사확대가 예상된다. 수사 착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분석한 뒤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검찰 수사를 저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대법원은 “이번 징계 처분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나 수사기관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이 별개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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