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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의 수능은 오늘밤 9시43분 끝난다

등록 2018-11-14 18:44수정 2018-11-14 20:10

중증시각장애 수험생 1.7배 시간
점자·음성지원 컴퓨터 있어도
수학 등 시간 부족해 안타까움
14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국립서울맹학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실 책상에 한 중증시각장애인 수험생의 수험번호와 시험과목이 글자와 점자로 함께 적혀있다. 홍석재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국립서울맹학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실 책상에 한 중증시각장애인 수험생의 수험번호와 시험과목이 글자와 점자로 함께 적혀있다. 홍석재 기자
수능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국립서울맹학교에는 차분함이 감돌았다. 이곳은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3시험장,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중증시각장애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다. 이 학교 박계관 교사는 예비소집일인 이날 학교를 찾은 학생 10여명에게 나눠준 점자 책자 형태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읽어주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수험표는 아주 중요하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요. 블루투스 이어폰 등 전자기기는 무조건 금지 물품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점자로 된 ‘수험생 유의사항’은 지금 읽고, 마지막 날이니까 집에 가서 공부하면 돼요.”

지난해 포항 지진 여파로 학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익혀야 할 주의사항은 더 많아졌다. 박 교사는 “지진대피 요령은 (점자가 아니라) 글자 형태로 배포돼서, 가족이나 기숙사 (상대적으로 시력이 확보된) 약시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인지 꼭 다시 확인해 달라고 해라”라고 말했다.

중증시각장애 수험생이 마주하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는 ‘일반’ 수험생보다 1.7배 많은 시험 시간이 더 주어진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주어져도 이들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점자나 음성지원 컴퓨터로 문제를 ‘읽거나 들은 뒤’ 답을 찾기에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3년 전 도입된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시험 도중 필요한 메모를 점자 형태로 읽고 쓰게 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전에는 수학 시험을 모두 암산에 의존했다. 동시에 두어개 공식을 활용하거나, 여러 계산 결과를 더해야 하는 문제는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답을 못 맞혀도 좋으니 끝까지 푸는 시도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해왔다.

예비소집 장소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가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수능시험을 잘 쳐서 문예창작학과를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수능에서는 일반 수험생의 시험이 끝나는 오후 5시40분 이후 교육단체 등의 ‘격려 담화’가 쏟아진다. 그러나 올해 수능도 마지막 수험생의 시험은 중증시각장애 학생들의 시험이 끝나는 밤 9시43분 끝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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