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20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 ‘박근혜 게이트’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기자들 앞에 서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검찰에서 면직당한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에 대해 법원이 “면직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는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부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면직 징계는 과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징계는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수활동비를 예산지침과 달리 사용하고 사건처리에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중앙지검장이던 원고가 특활비를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은 예산지침에 위배된다”며 “수사 의혹 대상자인 안태근 당시 감찰국장과 식사와 음주를 하고 격려금을 지급해 사건처리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검사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지검장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하관계에 있는 하급공직자에 격려 목적으로 돈과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여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형사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지 나흘 뒤인 지난해 4월 21일, 이 전 지검장은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검찰 조사대상에 올랐던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과장 2명, 노승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 특별수사본부 검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두 명에게 각 100만원의 돈 봉투를 건네며 1인당 9만5000원 상당의 식사비를 지불했다. 이 사건으로 이 전 지검장은 면직됐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2심 무죄 판단이 나온 끝에, 지난 10월 25일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 전 지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음식·돈 봉투 등은 ‘부하 직원에 대한 위로·격려의 의미’라고 보아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한 금품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청탁금지법은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을 위해 하급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처벌 규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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