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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 순간] ‘붉은 보석’ 후두둑… 겨울이 물든다

등록 2018-12-07 09:16수정 2018-12-07 09:34

구례 산수유마을의 겨울맞이

5일 오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에서 주민들이 산수유 열매를 햇빛에 말리고 있다.
5일 오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에서 주민들이 산수유 열매를 햇빛에 말리고 있다.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 중

산수유로 열매로 붉게 물든 마을.
산수유로 열매로 붉게 물든 마을.
산수유 열매로 붉게 물든 마을.
산수유 열매로 붉게 물든 마을.
봄이 오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은 온통 노랗다. 성급하게 뛰쳐나온 꽃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아치면 샛노란 얼굴에 눈꽃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노랑과 초록을 넘어 가을과 겨울의 경계가 오면 마을은 다시 붉게 물든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을 난 산수유 열매는 어느 때보다 더 붉게 보인다. 노란 꽃이 맺은 열매는 겨울의 빈 공간을 붉게 채우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
마을 곳곳에는 눈이 오기 전에 열매를 따는 주민들의 손길이 바쁘다. 80이 넘으신 한 노인이 3~4m 높이의 나무에 사다리를 대고 오른다. 낯선 외지인에게는 위험하게 보였지만 평생 이 일을 해오신 노인은 높은 곳에서 익숙하게 열매를 딴다. 손으로 가지를 잡고 ‘후루룩’ 훑으면 붉은 열매들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검은 천 위에 붉은 강이 만들어진다.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올 겨울, 붉은 산수유 열매가 누군가의 혈액을 돌면서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 주는 상상을 해본다.

한 주민이 산수유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한 주민이 산수유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한 주민이 산수유 열매를 따고 있다.
한 주민이 산수유 열매를 따고 있다.
구례/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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