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검찰권 남용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꾸려진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 일부 외부위원이 “조사 대상자 일부가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달 31일로 끝나는 활동 기한 연장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법무부, 대검찰청에 요구했다.
19일 진상조사단의 김영희·조영관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당시 검사 중 일부가 조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조사단원 일부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사건의 경우 민형사 조치 등을 운운해 압박을 느끼고, 조사 및 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겠다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엄정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구체적 외압 내용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며 밝히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검사·변호사·교수 12명씩 36명, 수사관 6명 등 42명으로 구성됐다. 검사와 수사관을 빼면 외부위원은 24명이다. 회견문에는 두 사람을 비롯한 외부위원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또 검찰과거사위 및 일부 위원도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2013년)을 두고 일부 위원은 “조사단 활동 기한이 연장되면 사표를 쓰겠다” “(사건에) 욕심내지 말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2000년)의 경우 지난달 최종보고를 마쳤지만 ‘검사의 중대한 과오’ 등의 문구를 바꾸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남산 3억원’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2015년)은 지난달 최종보고 이후 ‘검사 인사 참고자료 반영’ 등 권고의견을 문제 삼으며 보고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 쪽은 “(조사 과정에서) 의견 개진과 토론이 있었다는 걸로 안다”고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사자들이 자신과 관련한 조사에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의견을 내는 행위를 외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두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부실 조사 등을 이유로 활동 기간 3개월 연장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조사단은 그간 활동 기한이 두차례 연장된 바 있다. 진상조사단은 앞선 사건 외에 △고 장자연씨 성 접대 의혹 사건(2009년)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2010년)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유우성씨 증거조작 사건(2012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1990년)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배임 사건(2008년)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2009년) 등의 수사 과정을 조사해 왔다. 검찰과거사위 쪽은 활동 기간 추가 연장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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