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용산참사10주기추모위원회' 관계자들이 용산참사 진상조사에 대한 외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말 1년 활동 기한이 끝나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와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이 재조사한 일부 사건 처리를 두고 막판 불협화음과 잡음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간 형제복지원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에서 검찰총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 등을 끌어내며 주목을 받았지만, 짧은 기간 20건 가까운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진상 규명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용산 철거민 참사 10주기를 한달 앞둔 20일, 용산참사 유가족과 피해 철거민 등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조사단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조사단 소속 일부 외부위원은 구체적인 사건명은 거론하지 않은 채 “조사 대상자 일부가 민형사 조치 압박 등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단이 외압을 받았다고 밝힌 사건이 용산참사 사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검사 19명으로 구성된 만큼, 상당수 전·현직 검사들에 의한 조사 방해 및 외압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검찰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대검찰청 민원실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20일 경찰이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의 망루 농성을 진압하다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사건이다. 2010년 11월 대법원은 철거민 등 관련자 9명 전원에게 유죄 판결을 했다. 용산참사 사건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음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화 원인 △경찰 진압작전 △경찰 지휘라인 조사를 두고 검찰과 철거민 사이에 편파·부실 수사 논란이 계속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수사팀은 조사단에 여러 차례 의견서를 제출해 “검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으로, 재심 대상이 아닌데도 추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은 또 ‘불복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조사와 관련한 의견서를 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이다.
한편, 조사단이 재조사하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1999년) 피해자들은, 용산참사 피해자들과는 반대로 “조사팀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재심 무죄로 살인 누명을 벗은 피해자 등은 “조사팀이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에 근접한 것으로 안다.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검사가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는 조사팀이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라며, 21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조사팀 교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지난 2월 삼례 사건 등 12건을, 두달 뒤인 4월에는 용산참사 사건 등 5건을 2차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재조사는 변호사 등 외부위원과 검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맡았다. 애초 조사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조처였지만, ‘과거사위-조사단’으로 나뉜 의사결정 구조에 법무·검찰과 외부인사의 ‘시각’이 부딪치며 속도감 있는 조사에는 한계를 보였다. 과거사위는 오는 26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활동 기간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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