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대법 앞 ‘담벼락 입장’ 발표…“인사·재판 개입 없었다”

등록 2019-01-11 09:10수정 2019-01-11 13:07

“편견 선입견 없이 소명돼야” 우회적으로 검찰 비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일 오전 9시 검찰 출석에 앞서 자신이 몸담았던 대법원 정문에 모습을 드러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6월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 놀이터에서 자신을 둘러싼 재판개입 및 법관사찰 의혹에 대해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한 지 7개월여 만이다.

■ “연루 법관들도 죄 없다” 검찰 수사를 통해 그간의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도 자기들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지시를 받아 ‘손발’ 구실을 한 법원행정처 법관들 역시 죄가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이어 검찰을 향해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 자체가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이뤄진 것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 서초동 법조타운 취재진·시위대에 북새통 이날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은 경찰버스가 에워쌌다. 대법원 정문 앞과 인근은 방송사 중계 차량, 취재 차량, 경찰 차량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양 전 대법원장 입장문 발표 때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우려해 경찰은 대법원 앞에 여러겹의 폴리스라인을 쳤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대는 전날 저녁부터 대법원 앞에 진을 쳤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검찰은 전날 밤 10시부터 일반인은 물론 취재기자의 청사 출입도 통제했다. 대검찰청 맞은편인 서문과 동문의 차량 출입문을 봉쇄해 차량 출입 역시 막혔다. 취재진은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은 경우만 청사 출입이 가능했기에 신분증을 확인한 뒤 출입증을 받으려는 줄이 아침부터 길게 늘어섰다. 검찰 직원들이 일일이 취재진의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했고, 소형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몸수색도 진행했다.

■ 검찰 “양승태, 사법농단 몸통”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범죄사실)는 40여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재상고심)을 ‘박근혜 청와대’ 요청에 따라 2013년부터 5년간 지연되도록 하고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해 전범기업 쪽 손을 들어주려 한 혐의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전범기업 쪽 대리인을 직접 만나 전합 회부 계획을 전달하고 법원행정처에 소송 서류를 감수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17년 자신의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행정처에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라는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토록 해 실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브이(V) 표시를 하는 등 직접 결재하고 서명했다는 것이 그간 검찰 조사결과다.

이 밖에도 양 전 대법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다.

아래는 양 전 대법원장 성명 전문 및 일문일답.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무엇보다 먼저 제 재임 기간에 일어났던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여러 사람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것에 대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들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절대다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들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의 사명으로 성실하게 다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지면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저는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변하고 또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습니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시간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이 사건이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 사법의 발전이나 회의를 통해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한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법원 기자회견 부적절하다는 의견 있는데 굳이 여기서 입장 발표 이유는?

“기자회견 한다기보다 제 맘은 대법원에서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원을 들렀다 가고 싶었다.”

-다른 법관들에게 부담 줄 거란 생각 안 했나?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

-부당한 인사개입, 재판개입 없었다는 것, 같은 입장인가?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검찰 수사에서 관련 자료나 증거 나오고 있는데 같은 입장 고수하나?

“제가 누차 이야기했듯 그런 선입관을 갖지 마시길 바란다. 검찰 출석 시간이 다가와서 부득이 이만하겠다.”

김양진 최우리 장예지 이주빈 기자 ky029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