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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프로선수단 남자는 출퇴근, 여자는 합숙…왜?

등록 2019-01-18 03:16수정 2019-01-18 08:59

야구·축구·남자농구 숙소 폐지
여자농구·배구는 여전히 합숙
감독·코치가 안마 등 시킨 사례도
체육계, 합숙 폐지·축소 여론 일어
여자프로농구 경기장.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여자프로농구 경기장.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몇해 전 한 여자 프로농구 구단에서 선수들이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하고 숙소를 이탈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구단에서 표면적으로는 코칭스태프의 강압적 훈련에 선수들이 반발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였다. 숙소에서 밤마다 감독이 선수를 개별적으로 불러내 안마를 시키거나 성추행을 일삼자 선수들이 반발한 것이다. 당시 한 선수는 “과거 2인 1실을 사용했을 때보다 새 숙소가 생겨 1인 1실로 바뀐 뒤 감독 호출이 더 빈번해졌다”며 “감독에게 불려가도 이런 상황을 옆에서 보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아파트를 숙소로 사용하던 또다른 구단에선 남성 감독이 여성 매니저를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적도 있었다. 한 여자팀 구단 관계자는 “한집에 남성 감독과 코치, 여성 매니저가 함께 사는데다 남성 감독과 여성 매니저는 사실상 ‘주종 관계’이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퍼진다”고 전했다. 여자 선수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했던 전직 여자 프로농구 코치는 “당시 감독님이 나한테 ‘술을 한 모금이라도 입에 댄 날엔 숙소에 들어오지 말고 집에 가서 자고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젊은 여자 선수들이 생활하는 숙소에는 남성 지도자의 성폭력 개연성이 언제든 잠재돼 있다는 뜻이다.

체육계 성폭력 파문과 관련해 운동선수들의 합숙훈련을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런데 프로구단들조차 남자 선수들은 대체로 집에서 경기장으로 출퇴근을 하는 반면 남성 지도자들의 성폭력 개연성이 높은 여자 선수들은 숙소 생활을 한다.

구기 단체종목인 우리나라 4대 프로 스포츠를 보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출퇴근을 하고 있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만난다.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구단에서도 일했던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프로야구의 경우 1군은 1980년대 초창기부터 출퇴근을 했고, 프로축구 구단 2~3개는 아예 숙소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남자 프로농구도 최근 들어 출퇴근으로 바뀌는 추세다. 최현식 한국농구연맹(KBL) 홍보팀장은 “아직 계도 기간인데도 10개 구단 모두 출퇴근 문화가 정착됐다. 한마디로 프로팀답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여자 프로농구 6개 구단과 여자 프로배구 5개 구단은 숙소 생활이 의무적이다. 팀에 따라 기혼 선수에게는 출퇴근을 허용하지만 기혼 선수가 드문데다 자발적으로 숙소에 남는 경우가 많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성 기혼 선수도 출퇴근을 불편해하고 스스로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숙소 생활을 한다”고 했다.

여자 선수들에게 ‘외박’은 언제나 희망사항이다. 경기에서 이긴 수훈선수가 방송 인터뷰에서 이따금 “감독님 외박 주세요”라고 말하는 풍경은 외국인들 눈엔 낯설다.

정희준 전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프로구단의 숙소 생활은 성인임에도 바깥세상과 차단한 채 손쉽게 통제하고 정신적으로 지배해 성적을 내려는 의도”라며 “중고등학교 합숙훈련은 물론 프로팀 숙소 생활도 전면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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