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귀가해 자다가 새벽에 복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위해 약을 사러 나가느라 음주운전을 한 운전직 공무원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경찰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방교육청 운전주사보였던 유아무개씨가 강원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유씨는 2016년 1월15일 새벽 3시50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고 집 앞을 20m 운전하다 단속에 걸렸다. 유씨는 전날 밤 10시까지 술을 마신 후 귀가해 잠을 잤는데 갑자기 아내가 복통을 호소해 약을 사러 나가기 위해 운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해 2월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았고 3월 직권면직됐다. 유씨는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4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1심에서는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집행정지하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면허취소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더 크다.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할 필요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취소처분 개별기준을 훨씬 초과한 점 △유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해 상대방 운전자와 승강이를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