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수사하는 경찰이 지난해 5월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보국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정권 시절 정보경찰이 의원 관리카드까지 만들어 대국회 로비에 활용하는 등 정치인 사찰 의혹(관련기사:
[단독] 정보경찰, ‘의원 관리카드’ 만들어 인맥 사찰)
민갑룡 경찰청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정보활동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관련된 질문에 “전세계 경찰이 정보활동을 하고 있고, (정보활동은) 치안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 청장은 이어 “전세계 어느 경찰이 치안을 위한 정보활동을 하지 않겠냐”며 “눈 감고 (치안을) 할 수 없지 않겠냐. 뭔지 알고 활동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또 “(정보활동을) 남용하지 않고 치안 목적에 맞게 하느냐, 그것을 잘 제어하느냐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한겨레>가 이날 ‘정보경찰이 국회의원 관리카드를 작성하는 등 일상적 사찰을 해왔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건 경우에 맞지 않는다”며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사실이 외부로 보도된 것에 대한 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찰은 지금껏 ‘정치적 사찰’ 등 비판이 거센 부분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범죄 수사를 위해 정보수집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정보경찰 개혁에 소극적 태도를 취해왔는데, 이날 민 청장의 발언도 과거의 대응 방식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셈이다.
현 정부 들어 활동했던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개혁위 활동 당시에도 경찰의 ‘범죄정보 수집’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범죄정보와 무관한 민간인 첩보나 정책정보 수집 등이었다. 그동안 정보경찰은 범죄정보보다 청와대에 각종 동향 보고를 하는 데 주력해왔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정보경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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