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황우석 판도라’가 열렸다. 남은 것은?

등록 2005-12-16 13:08수정 2005-12-16 13:24

기대와 억측 속에 꼭 닫힌 채 의혹만 쌓여가던 ‘판도라의 상자’가 마침내 열렸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는 없다”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폭탄발언’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졌다.

문화방송은 이날 밤 10시 예정을 바꿔 <피디수첩> ‘특집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내보내, 황우석 논문의 줄기세포의혹을 낱낱이 추적했다. 피디수첩은 25명의 공동저자중 아무도 줄기세포를 보지 못했다는 것과 황우석 교수팀에서 제공한 체세포 이용 배아줄기세포의 디엔에이가 동일해야 할 환자의 디엔에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으며, 국가적 영웅으로 대우받던 ‘황우석 석좌교수’의 상징적 위치는 거대했다. <사이언스>가 2004년, 2005년 잇달아 표지논문으로 실으며, 황우석 교수 연구에 신뢰를 보탰고 황 교수는 ‘세계적 생명과학자’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도 상승했다. <타임> 등 세계 유력언론은 일본 베끼기 식으로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해온 한국이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 기술국"으로 성공적 변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머리를 쓰는 한국’을 상징하는 것은,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만들어낸 닥터 황우석’과 ‘세계에서 호평받는 한류’였다.

‘머리를 쓰는 달라진 한국’의 상징 ‘황우석 연구’

언론과 국민은, 세계줄기세포 허브 구축을 통한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의 선도국으로 한국이 천문학적 부가가치를 지닌 생명공학의 열매를 선점한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좌절의 나락은 깊었다. ‘황우석 신드롬’은 ‘일그러진 애국주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황 교수에 대한 객관적 접근을 방해했다. 황우석 교수에게 보냈던 전국민적 열광과 기대는 ‘거짓’과 ‘조작’으로 드러나고 있는 진실 앞에서 허탈과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다.

가장 객관적이어야 과학연구논문이 조작되는 나라, 그에 대해 국가적 지원과 국민적 열광으로 호응하는 나라에 대한 평가가 이전과 같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절망과 좌절 속 희망도 싹트고 있다. 황 교수 논문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도 국내에서 시작되었고, 그에 대한 구체적 검증도 해외 과학계가 아닌 우리 과학계과 언론을 통해서 이뤄져 ‘의혹’이 밝혀지고 있다. 외국이 한국의 연구과 검증 자체를 불신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한 것이다. 여기엔 탐사보도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고자 한 언론 ‘피디수첩’이 있었고, 구체적 자료를 통해 ‘거짓’과 ‘조작’을 밝혀내려는 소장 생명과학자들의 커뮤니티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가 있었다.

피츠버그대 이형기 교수 “이번 일은 한국사회 건강성 확인시켜줘”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피츠버그 현지에 있는 한국 출신 대학교수들은 이번 파장이 ‘절망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는 15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조작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번 사태는 과학적 연구의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의혹이 우리의 힘으로 밝혀져 가고 있는 점은 한국의 양심과 지성의 불씨가 살아남아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에는 실력있는 과학자들이 여전히 많이 있으며, 이번 일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거나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의 관점은 줄기 세포를 몇개 만들었느냐 여부가 아니라 연구에 부정행위가 있었느냐 여부”라며 “황 교수가 이제는 자료 조작 여부등 모든 의혹에 대해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프레시안과 한겨레를 통한 기고와 인터뷰에서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가 난자 취득과정의 윤리적 문제를 들어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후 국내 여론이 황 교수를 두둔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윤리적인 임상 연구 수행의 중요성과 함께 엄정한 의혹 규명을 촉구, 관심을 끌었고 이 과정에서 황교수 팀의 줄기세포 수가 부풀려져 발표됐다는 제보를 받은 바 있다.

설대우 피츠버그 의대교수 "한국 자정능력 세계가 확인"

또다른 피츠버그 의대 교수는 "오늘은 한국 과학계 잔칫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설대우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는 "오늘은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이 아니라 오히려 잔칫날"이라고 15일 밤 밝혔다.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황 교수 등 일부 몰지각한 인물을 제외하고 한국 과학계가 자정작용을 잘 갖추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오늘이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이라는 일부 발언은 무지한 것이며 오히려 잔치를 벌여야 할 날”이라고 말했다.

설 교수는 “미국에서 연구 관련 부정행위(misconduct)에 대해 엄격한 규칙이 확립돼 있는 것은 그만큼 부정행위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는일이어서 네이처나 사이언스도 크게 신경 안 쓰며 한국도 이번 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인간 배아 등 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몇몇이서 다뤘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처럼 과학계에서 투명하게 감시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황 교수가 심하게 말하면 사이비 교주같은 위치였는데 PD수첩이나 소수 네티즌들이 다수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진실을 밝혀낸 것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마침내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이제는~”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에서는 노성일 이사장의 폭탄발언 이후에 의외로 담담하다. “올 것이 왔다. 이제부터 거짓과 정치적 술수가 통용되지 않는, 진실한 연구가 통하는 과학계를 만들자”는 대안 모색이 활발하다.

브릭과 함께 황우석 논란을 토론해온 소장 과학기술연구자들의 커뮤니티 과학기술인연합에도 일찌감치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관전평(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10007)”라는 글을 올렸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나온 것은 추악하고 고통스러운, 원치 않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연합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