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족식에서 김갑배(왼쪽) 위원장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지난 1년여 활동에 대해 “이 정도라도 한 것은 매우 의미있다”며, 이제는 성과를 바탕으로 국회 입법에 집중하자고 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갑배 검찰과거사위원장,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지만, 검찰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실망스럽다”로 모아진다. 실제 청와대 내부 평가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거사위 활동은 다음달 31일 끝난다. 2017년 12월 출범 이후 조사 기간을 3차례 연장했다. 조사할 내용이 방대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짧은 기간에 견줘 지나치게 많은 사건(개별 사건 15건, 포괄 사건 2건)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검찰과거사위 활동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17일 “재조사가 필요한 사건, 재조사보다 기존 기록을 바탕으로 제도개선 권고에 집중할 사건 등을 구분했어야 하는데, 기록이 넘쳐나는 사건까지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패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무는 검찰과 외부인사가 함께 참여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맡았다. 진상조사단이 보고한 조사 내용을 검찰과거사위가 심의·의결하는 구조인데, 두 기관이 ‘단절’돼 있었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진상조사단의 한 외부위원은 “검찰과거사위원 중 한명이 진상조사단을 겸임했으면 조사단 내부 사정이 위원회에 잘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제한된 권한을 최대한 살려야 할 진상조사단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두고두고 나왔다. 외부위원인 박준영 변호사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형사사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야 하는데, (일부 외부위원은)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혹평한 바 있다. 검찰과거사위 쪽도 “일부 사건은 핵심을 비켜 갔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부족은 일부 조사 대상 사건에 관여했던 전·현직 검사들의 조사 거부나 법리를 내세운 반발에 무력했다. 일부 외부위원은 이를 두고 “외압”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검찰과거사위는 △배우 고 장자연씨 성접대 리스트 사건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피의사실공표 및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