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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규제 샌드박스1호’ 유전자검사 확대 시민건강에 도움될까

등록 2019-02-20 17:55수정 2019-02-20 23:33

보건의료단체 기자설명회 문답 정리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의료규제 완화를 비판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의료규제 완화를 비판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만약 유전자검사 결과 폐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면, 현재로선 시티(CT)조기검진 외에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불안한 마음에 이러한 검사를 자주하게 되면 방사능에 더 노출될 수 있다. 유전자보다 미세먼지나 담배가 폐암 발현에 더 큰 영향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단일 유전자와 특정 질환이 연결돼 있음이 규명된 경우도 많지만 고혈압·치매 등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질환들은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대체로 낮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20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시작,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설명회에서 병원이 아닌 민간업체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디티시(DTC: 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항목이 여러 질병으로 확대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11일 산업통산자원부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규제 샌드박스’ 1호 가운데 하나로, 유전자 검사 항목을 뇌졸중·위암·파키슨병 등 13가지 ‘질병’까지 확대해주는 실증특례를 ㈜마크로젠이라는 업체에 허용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14일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웨어러블 기기업체인 휴이노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장질환자에게 ‘병원에 오라’고 안내하는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를 허용했지요.

그러나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라는 명분으로 국민 건강과 관련된 규제를 비공개 논의를 통해 풀어주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합니다. 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설명회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① 유전자검사의 정확도나 유용성은 어느 정도?

“특정 유전자와 질환의 연관성 정도는 질환에 따라 다 다르다. 유전자 분석·해석 기술 자체도 나라마다 다르고 단일 유전자만의 영향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 상호관계 속에서 질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경향성을 밝히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전자검사를 한다고 특정 암이 발생한다고 딱 떨어지게 나오는 게 아니다.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몇 %란 식으로 확률적으로 제시되는데, 환자 입장에선 ‘그래서 어쩔 것이냐’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적 숙의 과정이나 고민이 있었나 묻고 싶다.”

② 병원에선 질병 유전자검사가 가능한데, 민간업체가 하는 건 왜 문제?

“시장화의 기본 전제는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분야 정보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병원에서 유전자를 검사하는 경우는 건강한 경우가 아닌, 즉 질병이 의심되거나 암 환자들에게 표적 항암제를 사용할 때 등이다. 물론 시민과 환자들의 불신이 있지만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는 의사라면 이렇게 제한된 경우에만 유전자검사를 진행한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를 들고 의사한테 가면 ‘왜 검사했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많아, 건강검진센터에서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 민간병원에 ‘영리성’이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익을 연구·인건비 등에 재투자해야 하는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공공의 평가를 받는 구조다. 그러나 비의료 민간기관에서 하는 유전자검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③ 독일은 디티시 유전자검사를 불허하나, 영국은 허용하지 않나?

“영국은 전 국민들에게 주치의가 지정돼 있다. 그만큼 공적 의료시스템이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고, 국민들도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주치의와 상담하고 뭔가를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사회에서 디티시 유전자검사가 오·남용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유전자검사 통해 진단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상업적 공세가 난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디티시 검사 유용성을 홍보하는 듯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애초 디티시 유전자검사 규제가 없다가 파킨슨병·알츠하이머 등 12개 질환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검사기관도 신고제에서 허가 제도로 바뀌었다.”

④ 심장질환자가 손목시계형 장치를 통해 위험을 통보 받는다면 유용한 것 아닌가?

“(실증특례를 허가받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라 어떤 방식으로 심장박동을 측정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이 업체 기술이 애플보다 앞섰다는 발표에 따라 ‘애플워치4’에서 활용한 방식이라고 보면, 좌우 손의 전극 차이를 활용한 단일전극 측정법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12유도 심전도 검사(가슴과 팔 등에 전극 10개를 붙이고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기록) 정확도를 따라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심장 기능 추적에 사용할 수 있지만 광범위하게 쓰려면 정확도가 많이 개선돼야 한다. 애플워치4의 경우 질병이 없는 사람들의 모니터링 용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최근엔 증상 오인으로 인해 불필요한 심장 검사나 의료비 지출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심장질환이 이미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기술로 모니터링이 힘들고 정밀 검사를 해봐야 증상 악화를 알 수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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