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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2심도 노동자 손 들어줘… “신의성실 원칙 배제”

등록 2019-02-22 15:29수정 2019-02-22 21:01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과 지부 임원, 변호인단 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선고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과 지부 임원, 변호인단 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선고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과 같이 노동자쪽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의 ‘신의성실의 원칙’ 주장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2일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는 기아자동차 노동자 2만7378명이 “미지급된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등을 지급하라”며 기아자동차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노동자쪽 청구를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통상수당 중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노동자측이 청구한 금액 6천588억원 중 1심이 인정한 3126억원보다 1억원이 줄어든 3125억원의 금액(지연 이자를 제외한 원금 기준)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회사측의 ‘신의성실의 원칙’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난 14일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피고 회사가 추산한 미지급 법정수당의 규모에 따르더라도, 사측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가능한 자금의 규모,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 기업의 수익성에 비춰볼 때 해당 사건의 청구로 인해 피고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1심과 같이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한 ‘대기시간’ 또는 ‘다음 근로를 위한 준비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통상임금은 노동자가 소정근로시간(회사와 노동자가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 동안 근로한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의 150%를 주는 연장·야간 근로수당 등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회사가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사측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야 한다면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주요 논리로 활용해왔다. 민법(2조1항)에 따르면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의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회사쪽은 이 신의칙을 들어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때는 노조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선고가 끝난 뒤 기아차 노동조합은 “1심 판단이 유지됐다고 본다.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사측은 2심 판결에 준용해 통상임금을 더이상 지연시키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 기아차 노조와 회사측의 논의가 통상임금 특별위원회에서 조기에 원만하게 타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사측이 신의칙 관련해서 강하게 주장해왔지만, 법원이 노동자측 요구가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사측은 체불임금을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날 판결 직후 ‘통상임금 선고 관련 회사 입장’을 내어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선고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소송과 별도로,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지속적인 자율협의를 통해 노사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과 지부 임원, 변호인단 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선고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과 지부 임원, 변호인단 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선고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2017년 8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는 기아자동차 노동자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상여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노동자들이 요구한 1조926억원(원금 6588억·지연이자 4338억원) 중 4223억원(원금 3126억·지연이자 1097억원)만 지급하라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노사 합의로 임금이 결정된 만큼 이제 와 통상임금을 달라는 것은 신의칙을 위반한다”는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과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로 인한 이득은 이미 피고가 향유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가 주장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관해선 “피고의 재정 및 경영상태와 매출실적이 나쁘지 않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및 미국 통상압력으로 감소한 이익에 대한 명확한 증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한솔 김진철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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