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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직권남용죄 가르는 ‘직권의 범위’, 최근 판례 보니…

등록 2019-02-24 14:22수정 2019-02-24 20:42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쟁점 ’직권 범위’
최근 법원 판결 보면 직무 관련성 좁게 인정
공원녹지계장 조경공사 개입 ‘유죄’
상급자인 교통경찰의 이사 지시 ‘무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어 구속 기소(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대법원장 직무권한의 범위’이다. 26일 보석심문을 앞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청구서를 보면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는 법원조직법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애초에 ‘사법행정사무’와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권만 있고 재판 사무가 아닌 재판 자체에는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규정을 근거로 ‘대법원장은 재판에 대한 직무감독권이 있다’는 논리로 맞선다.

최근 법원 판결은 직권남용죄 사건에서 직권의 범위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경우에는 유죄로 판단했다. 보건·의무·약무 등 관련 직렬의 공무원만 보건소장에 임명할 수 있다는 지역보건법을 어기고, 5급 행정직 공무원을 인사 발령한 이항로 진안군수에 대해 지난해 11월 전주지법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용권을 인정해 이 군수가 직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또 지난해 9월 광주지법은 조경공사를 총괄하는 전남 영광군 관광과 공원녹지계장(6급)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군에서 발주한 숲 조성사업에 친분이 있는 전직 공무원이 운영하는 조경업체가 고른 소나무를 사용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소나무 구매 업무는 공사 총괄 관리 업무의 일환”이라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수원지법은 전 경기 군포시 공원녹지과 팀장이 친구가 조경공사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업체에 요구한 사건을 유죄라 봤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유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인사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후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국장에 대한 영장은 이날 기각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후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국장에 대한 영장은 이날 기각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대해 다소 엄격하게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전 경기 평택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계장이 음주운전 단속 중 경찰서 협력단체인 보안협력위원회 위원장과 처남의 친구가 음주운전 혐의로 단속되자 이를 무마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은 혐의가 있었다. 부하직원들에게 “녹색어머니연합회 회원의 사무실 이사를 도와줘라”라고 지시해 업무를 중단시킨 점에 대해서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상급자로서 음주 단속 중단 권한은 인정했지만 지인의 사무실 이사를 지시할 권한은 없다고 본 것이다.

고위공직자인 대통령·비서실장·국회의원의 재판에서도 직권의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백준 총무비서관, 김재수 전 로스엔젤레스 총영사 등에게 다스 소송 대응 등을 지시한 것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보수단체 지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게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한 직원 채용을 압박한 것을 무죄로 판단했다. 대통령이나 비서실장, 국회의원이라도 이같은 행동을 할 직권이 없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민간인 사찰’ 1심에서 직권남용죄를 제한적으로 적용해 논란이 일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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