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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이소_직원처우_공론화’…17살 고등학생의 ‘트위터 총공’

등록 2019-02-25 15:45수정 2019-02-25 22:43

“다이소 총공은 일종의 여성연대” 경력단절 여성 열악한 처우 고발
스타벅스 등 유명 상품 디자인 표절 의혹 제기도
다이소 “트위터 제기 문제는 이미 다 시정된 것”
다이소 명동역점 1층 모습. 이정연 기자
다이소 명동역점 1층 모습. 이정연 기자
24일 오후 8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아성다이소_직원처우_공론화’ ’#아성다이소_표절논란_공론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실트(실시간 트렌드) 총공’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해시태그를 붙여 올려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생활용품 할인판매업체 다이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날 총공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총공은 한 트위터 이용자의 제안으로 인해 시작됐다. ‘아성다이소 총공’(@DAISO_CHONG)이라는 계정은 22일 트위터에 계정을 만든 직후 올린 글에서 “다이소의 갑질 행태를 비롯한 직원 처우 개선, 표절과 도용 상품의 해명을 요구하는 총공을 진행하려 한다”며 “다이소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이 대부분 중년 여성분들이신데, 우리가 불매만 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갑질 논란 이후 개선하겠다고 했던 부분들이 지켜지고 있는지와 현재 처우는 어떤지 △많은 표절 제품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계정은 이어 “트위터 실트 총공으로 관심을 끈 이후 다이소 고객의 소리 총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갈무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갈무리.
이 트위터 이용자의 제안이 호응을 얻으면서 트위터에서는 한때 #아성다이소_직원처우_공론화 해시태그와 #아성다이소_표절논란_공론화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다이소 직원들의 제보도 쏟아졌다. 다이소에서 퇴사했다는 한 직원은 “신규 매장이 열리면 회장님이 순회하곤 했다. 각 매장 직원들은 소집되어 밤샘 근무를 했다. 추가 수당이나 야간 수당은 없었다”며 “신규 매장에서는 첫 3일 동안 옮겨야 하는 상품 박스 양이 1000~2000개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매장은 사람들이 직접 들어 계단에서 박스를 날라야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다이소 쪽은 “회장이 신규 매장에 방문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밤샘 근무를 시켜 매장 개장을 준비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다.

25일 <한겨레>가 ‘아성다이소 총공’(@DAISO_CHONG) 계정을 만들어 총공을 기획한 이와 트위터 쪽지(DM) 인터뷰를 해보니, 이 계정주는 17살 고등학생 ㄱ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ㄱ씨는 총공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다이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2017년 다이소 청원 이후에 불이익을 받은 직원들도 계셨다고 들었다”며 “다이소의 고객 입장인 내가 다이소에 직원처우 개선 촉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ㄱ씨가 밝힌 2017년 다이소 청원이란, 다이소가 16년 동안 매장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를 상대로 ‘절대복종’을 강요하는 근로계약 이행각서를 작성하게 했던 일을 일컫는다. 이행각서에는 △상사의 업무상 지시, 명령에 절대복종하겠음 △사내외에서 직원을 선동하거나 회사의 허가 없이 방송, 집회, 시위, 집단행동, 유인물 살포·게시·소지·동조·편승 또는 그 미수에 그쳤을 경우 당연 면직 또는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음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관련 기사 : [단독] 일부 일탈이라더니…다이소 ‘절대복종 각서’ 16년간 써)

게다가 ㄱ씨가 최근 노동 환경에 대해 조사해보니 △초과근무로 인한 야근 △지급되지 않은 연장수당 △2년 동안 일한 직원을 정직원으로 승격하지 않은 채 해고 △다른 브랜드 제품을 베껴서 판매 △허술한 규범과 관리체제로 인한 갑질 등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합격통지를 받은 서비스 담당 직원이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다는 이유로 두발 규정을 지적받다가 회사를 나가게 된 일도 있었고 점장이 파손된 물품을 직원들에게 강매하는 행위도 있었다. ㄱ씨는 “직원과 회사 간에 노예계약서 수준의 계약서를 사용했다고 해서 과연 지금은 직원 처우가 나아졌는가 싶어 조사를 조금 했다”며 “그런데 노예계약서만 없다뿐이지 개선이 된 것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었다. ㄱ씨는 다이소가 스타벅스 등의 유명 브랜드 제품의 디자인을 표절한 문제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ㄱ씨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다이소는 △스타벅스엠디(MD)워터볼 △리히트 랩 클리어 케이스 △프랑프랑 토끼 밥주걱 등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성다이소 총공’(@DAISO_CHONG) 계정은 다이소 고객만족실에 보내는 입장문에서 “2017년 노예계약서를 비롯해 직원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이소 직원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다이소는 공론화를 위해 내부고발을 했던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등 제대로 된 반성과 개선은 보이지 않은 채로 겉으로는 모두 개선된 양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아이디 ‘아성다이소 총공’이 다이소 표절 사례로 든 상품들. 오른쪽이 원본으로 제시된 상품, 왼쪽이 표절 의혹이 제기된 다이소 상품이다.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아이디 ‘아성다이소 총공’이 다이소 표절 사례로 든 상품들. 오른쪽이 원본으로 제시된 상품, 왼쪽이 표절 의혹이 제기된 다이소 상품이다. 트위터 갈무리.
다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기된 문제는 이미 2017년에 모두 해결됐다. (트위터에 나온) 직원들 불만 사항도 다 예전 것”이라며 “파손된 물건을 강매하게 했다면 직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법적으로 고소하든지 회사에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여금이나 수당은 다 나가고 있다. 야간 수당도 주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이소 직원은 2년 동안 일하면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소의 상품 표절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일어난 문제”라며 “(표절 의혹이 제기된) 물건은 매장에서 모두 뺐다. 우리가 조치해서 (표절 시비가 인 해당 상품의) 작가들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다이소 총공은 일종의 여성연대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가장 큰 분노를 느꼈던 부분은 제보를 받으면서 어떤 분이 써주셨던 문장이다. ‘다이소가 경력단절 여성은 쉽게 관둘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노동착취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게 큰 분노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정규 오연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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