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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최초의 임시정부, 「대한국민의회」 결성

등록 2019-02-26 07:14수정 2019-02-26 07:17

기미년통신 로서아·중국령·국내 대표 130명
연해주에 집결…내정·외교 총괄 최고 기관 구성
의회·행정·사법 도맡아 임시 정부로서 행동

전쟁 불사 「독립국가 쟁취」 일본에 최후통첩
청년시위 맹서·국내 파송 독립군 결사대도 모집
【1919년 2월25일 연해주/최하얀 기자】

로서아(러시아) 원동 땅에 독립운동을 이끌고 내정과 외교를 총괄할 최고 중앙기관이 세워진다.

로서아와 중국령, 간도, 국내 지역 등의 대표자 130명은 25일 로서아 연해주 소왕령(우수리스크)에서 노·중령 독립운동 단체 대표회를 개최하고 임시정부로서 행동할 중앙기관인 대한국민의회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찍이 의병과 독립운동 지사들이 망명해 활개를 친 로서아 연해주 땅에 원동과 중국 각지 대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신한청년당 총무 여운형씨(33)도 만주·하얼빈을 거쳐 얼마 전 연해주에 당도해 이들의 모의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간도 대표로는 김약연(50)·정재면(37)·이중집(35)씨 등이, 학생 대표로는 지린성 명동학교 생도 유익현·임국정(25)씨, 훈춘 지역 대표로는 문병호·윤동철씨, 서간도에서도 대표 3명이 24일부터 속속 집결하였다. 근래까지 사사건건 대립했던 최재형·문창범씨 등 연해주 ‘원호’ 계열과 이동휘씨 등 ‘여호’ 세력도 이번만큼은 의기상투하려고 한다. 로서아로 일찍 망명해 토지 등의 재산을 받고 뿌리를 내린 ‘원호’와 소작농, 하루 노동 등에 나서 있는 한인사회당 계열 ‘여호’는 소비에트 정부에 대한 입장 등 각면에서 의견 불일치가 많았다.

모인 방략을 들어보니 진정으로 주도면밀하고 용감하다. 이들은 우선 중앙기관의 이름으로 일본에 독립 승인 최후통첩을 발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제국주의적 발악을 멈추지 않으면 혈전을 선포할 계획이다. 한 소식통은 “서울에서 파견될 김하석씨 등 국내 대표들까지 이곳에 당도하면 당국자 인선 등 본격적인 중앙기관 구성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며 “로서아 10월 혁명으로 수립된 소비에트 정부처럼 중앙기관이 의회와 행정, 사법 기능을 한꺼번에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파리강화회의에 집결한 열강들을 움씰하게 할 시위운동도 대비하고 있다. 8일 일본 동경 유학생들이 발표한 독립선언서와 결의문을 준거해 대한 독립을 세계에 선포할 선언서를 마련 중이다. 24일에는 소왕령의 보이스카우트를 대표해 김아파나시(19)씨가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 청년 대표자들과 시위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그 결과로서 소왕령에서 300명, 해삼위에서 200명의 청년들이 독립기를 흔들며 몸을 바쳐 시위운동에 앞장서기로 맹서하였다고 한다. 간도에서는 100명이 국내로 긴히 파송돼 독립군 결사대 1만명을 모집하고 있다. 외교적 노력도 결실을 맺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무력시위와 독립 전쟁도 빈틈없이 준비하려는 것이다.

원동과 중국 지사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은, 조선의 미래를 열강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로서아 볼셰비키 10월 혁명이 낳은 소비에트 정부는 독일과 단독으로 강화해 전쟁을 중단하고 우리와 같이 반일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세계대전이 종전하였고 근자에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외치었으니 독립이 머지않았나 하는 말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운명은 지금도 깜깜하고 원동에서 일본이 부리는 광포는 나날이 거세지고만 있다.

원동을 보자니 불란서·미국·영국과 일본은 한패다.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포로가 되었던 체코군이 작년 로서아 곳곳에서 봉기하자, 이들은 체코군 구출을 명분으로 연해주에 수만 군대를 파송하였다. 이곳에서는 로서아 백위파(반혁명군)와 함께 혁명을 방해하는 ‘간섭군’이라고 하더라. 일본 힘을 받고 작년 11월 원동 볼셰비키 정부를 붕괴시킨 백위파 옴스크 정부는 조선인들의 항일운동을 건건이 탄압하고 있다고 하니 조선 민족 편이 아닌 것이다. 이날 중앙기관 창설 모의에 참석했던 한 지사는 “옴스크 정부가 우리의 만세 시위를 허가하겠는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H5s실제로 옴스크 정부는 한인들의 만세 시위를 불허하고 탄압했다. 이 때문에 3월15일 거행하려던 만세 시위는 17일에서야 비합법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노령 지역 한인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를 시작으로 스파스크 등 다른 지역으로 만세 시위를 확대해 나갔다. 한편, 최초의 임시정부인 대한국민의회 간부로는 의장에 전로한족중앙총회 회장인 문창범, 부의장에 김철훈, 서기에 오창환, 외교부장 최재형, 선전부장 이동휘, 재정부장 한명세 등이 선임됐다. 대한국민의회는 1919년 4월 상해 임시정부와 통합된다.♣?]

△참고문헌

한국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21(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2009)

반병률, <대한국민의회의 성립과 조직>(한국학보·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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