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헌법재판관 9명은 국정농단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청구한 ‘박영수 특검법’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국정농단’ 수사를 이끈 특별검사팀을 당시 교섭단체 중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하도록 한 ‘박영수 특검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여당 등을 제외하고 야당 교섭단체에만 특별검사 추천권이 있다고 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박영수 특검법) 3조 2항과 3항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이 합헌 결정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도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소원은 3년 전 박영수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최순실씨가 청구했다.
박영수 특검법 3조 2항과 3항에 따르면 대통령에게 2인의 특별검사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원내 교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있었다. 이에 최씨는 여당인 새누리당 등이 빠진 특검 추천권을 문제 삼아 자신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2017년 4월 최씨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의회 다수를 점한 일당이나 몇 개 정파가 당파적 이해나 지지세력 확대를 기하는 법률을 제정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일을 헌법수호기관인 헌재가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2년 만에 답을 내놓은 헌재는 특검 후보자 추천권은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추천권은) 사건의 특수성과 특검법의 도입 배경, 수사 대상과 임명 관여 주체와의 관련성 및 그 정도, 그에 따른 특별검사의 독립성, 중립성 확보 방안 등을 고려해 국회가 입법 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 3년 반 동안 은폐되었던 청구인의 국정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하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되어, 법안 발의 후 사흘 만에 압도적 다수로 법률이 통과됐다”고 당시 특검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헌재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면 특검의 도입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심판 대상 조항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헌재는 법률 통과 과정이나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여당과 대통령의 권리가 보장됐다고 봤다. 헌재는 “추천권자에서 제외된 새누리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도 국회 표결 절차를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추천할 몫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에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두 야당이 합의 추천한 후보 2명 중 1명을 선택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이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그 자격요건과 의무를 보다 엄격히 규정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짚었다.
2016년 11월 국회는 여야가 ‘박근혜·최순실 특검 특별법’(박영수 특검법)에 합의했다. 법안은 재적 의원 220명 중 찬성 196명, 반대 10명, 기권 14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특검 추천권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며 반대했으나 곧 입장을 선회했고, 법안 통과 당시 새누리당 의원 58명, 정의당·무소속 의원 각 3명이 법안 통과에 찬성했다. 이어 두 야당이 후보자로 검사 출신의 조승식·박영수 전변호사를 추천했고 박 전 대통령이 박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최종 임명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한국 특검 제도의 역사를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 ‘드루킹 특검’의 예를 들었다. 헌재는 “드루킹 특검법 제정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에만 특검 후보자 추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특검’ 당시 이들 정당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4명을 추천받아 2명의 최종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했고 대통령이 허익범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특검에 의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씨는 지난해 8월 2심에서 징역 2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 5281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씨의 상고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함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후 선고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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