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는 프로축구 선수의 구단 연봉에 한국의 종합소득세를 물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일본 프로 축구구단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뛰었던 프로축구단 경남FC 소속 조영철 선수가 동울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으나 원고와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은 일본이므로 한·일 조세조약상 일본의 거주자로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조 선수는 2014년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연봉으로 7338만엔(7억5700여만원)을 받았다. 일본에 낸 소득세 1억2000여만원과 필요경비 1억7000여만원을 공제한 뒤 3400여만원을 종합소득세로 납부했다. 동울산세무서가 일본 납부세액과 필요경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합소득세 4400여만원을 추가로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조 선수가 소득세법상 한·일 양국 중 어느 나라 거주자인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거주지가 정해지면 해당 나라에만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런데 개정 전 소득세법 시행령 2조4항은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필요로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같은 법 2조3항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들이 국내에 1년 이상 거주할 것으로 인정된 때’에는 국내 거주자로 보도록 규정한다. 조 선수는 둘 다 해당되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이 필요했다.
조 선수는 2014년 대부분을 일본에서 뛰었기에 일본 거주자에 해당해 한국에 종합소득세를 내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부모가 거주하고 있고, 대부분의 자산을 국내에 소유하고 있고 현지 부동산 자산을 취득한 적이 없는 점,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국내인 점, 일본 국적·영주권·재외국민 등록 등을 한 적이 없는 점, 구단과 11개월 단위로 연봉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들어 조 선수는 국내 거주자로서 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조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 선수를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 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하되 이와는 별도로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에는 이 기준에 따라 주소가 있는 것으로 판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또 “‘생활 관계의 객관적인 사실’에 비중을 두더라도 피고가 제시하는 논거 중 상당수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성년 자녀와 부모의 관계라는 사정을 고려하면 생계를 같이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한국 또는 일본 양국 모두의 거주자가 해당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한·일조세조약은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며 “구단에서 일정 기간에 한해 제공하는 주거를 항구적 주거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내 거주자로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이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또 “항구적 주거란 언제든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주거를 의미한다”며 “개인이 주거를 소유하거나 임차하는 등의 사정은 항구적 주거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일본 숙소도 항구적 주거로 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또 “개인과 인적 및 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이 어딘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조 선수의 △일본 프로축구리그 선수로 뛴 기간(7년) △원고와 가족의 일본 주거지 이용 정도 △국내 평균 체류 일수가 28일인 점 △국내 사회활동과 사업활동 정도 △국내 소유 재산이 아파트와 예금뿐인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나라의 조세 조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해외에 나가있는 프로 선수들도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봉이 106억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나 연봉 201억을 받는 미국 메이저리그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류현진 선수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되 영국·미국과의 조세조약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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