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1600여명의 사생활을 불법촬영한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10개 도시 30개 숙박업소에 있는 42개 객실을 촬영해 유통한 4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박아무개(50)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부산과 대구, 충청도 지역의 모텔 객실을 대실한 뒤 셋톱박스 등에 렌즈 크기가 1㎜인 초소형 무선 와이파이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인터넷 공유기를 통해서 영상을 국외 서버로 전송할 수 있게 제작됐다. 박씨가 카메라를 설치하면 공범 김아무개(48)씨는 외부에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모텔 객실에 카메라 설치를 완료한 박씨 일당은 영상서버 6대를 구축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모텔 객실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국외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일부 영상을 무료로 공개했고 일부는 한달 5만원가량을 결제해야 볼 수 있게 했다. 박씨 일당이 6개월 동안 불법촬영한 영상은 모두 803건으로 1600여명의 투숙객이 피해를 보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이트의 전체 회원은 4099명이었으며 한 차례 이상 유료 결제한 인원은 97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제는 모두 125건 이뤄져 박씨 등은 700여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경찰은 불법촬영 사이트가 잘될 경우 수익금을 나눠 가지기로 하고 중국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사들여 준 역할을 한 임아무개(26)씨와 박씨 등에게 3000만원을 투자한 최아무개(49)씨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무선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여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하여 근절하겠다”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