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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 71년 만의 재심

등록 2019-03-21 18:39수정 2019-03-21 19:49

대법, “당시 군경이 불법체포·감금”
희생자 3명 유족 재심청구 수용
명예회복 특별법 처리도 힘받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서 고 장아무개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서 고 장아무개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71년이 지나도록 ‘역사’가 아닌 ‘이념’에 묶여 있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 재판이 마침내 열리게 됐다. 재심 결과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안(4건) 처리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여순사건 당시 반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내란 및 국권문란죄)로 군경에 체포·연행된 뒤 총살된 장아무개(당시 28살)·신아무개(당시 31살)·이아무개(당시 21살)씨 유족이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없이 군경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경찰의 불법 행위를 근거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 판단은 옳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당시 군경에 의한 민간인 체포·감금이 일정한 심사나 조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들의 연행 과정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명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출동명령을 거부하며 시작됐다. 이튿날 반군은 순천지역을 점령했지만, 진압군은 10월 말 여수·순천 지역을 탈환했다. 장씨 등은 이 시기 직장 동료나 마을 주민들과 함께 경찰에 체포·연행된 뒤 근처 야산에서 사형 판결이 집행돼 총살됐다.

사건 명칭은 여순(여수·순천)이지만, 당시 사건을 시작으로 1950년 10월까지 2년간 전남·전북은 물론 경상도 지역에서 좌우익 인사와 무고한 민간인들이 군경 등에 의해 희생됐다. ‘반군 협력자 색출’이 주요 이유였다. 실제 반군에 가담한 경우도 있지만 가담했다는 무고, 강요에 의한 숙식 제공, 작전 지역 거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집단희생되기도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9년 1월 조사 결과를 통해 여순사건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전남지역 1340명, 전북 23명, 경남 379명, 경북 304명이 희생됐다고 추정했다. 순천 일대에서만 민간인 430여명이 집단사살된 사실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의 한계를 언급하며 “희생 추정 규모는 실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949년 11월 전라남도 조사에서는 인명피해가 최대 1만113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장씨 등 희생자 유족들은 이런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다. 2014년 12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지만, 검찰은 “수사·공판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족들의 주장과 역사적 정황만을 근거로 재심을 결정했다”며 항고했다. 이듬해 7월 광주고법은 “진실화해위가 조사한 여순사건 당시 경찰관(15명) 및 군인(44명)들이 ‘민간인이 자의적이고 무리하게 연행돼 살해당했다’고 인정했다”며 재차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이 또 불복해 재항고했고, 2015년 7월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심리를 계속 미루다 3년8개월 만에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이 사건 재심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다.

한편 대법관 13명 가운데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재심 사유인 당시 경찰의 직무상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재심 개시 반대의견을 냈다.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이상 형사재판의 재심은 불가능하다”며 역시 반대의견을 냈다. 반면 다수의견은 “사형이 집행된 사실은 당시 판결 내용과 피고인 이름이 기재된 판결집행명령서 및 당시 언론 보도로 알 수 있다. 사형 판결문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판결문은 국가가 작성하고 보존할 책임이 있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서 고 장아무개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서 고 장아무개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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