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다산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시민들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ㄱ씨는 상습적으로 120다산콜센터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과 성적 비하발언을 일삼았다. 2010년부터 2013년 4월까지 모두 459번에 걸쳐 욕설과 성적 비하발언을 했고, 서울시는 그를 2013년 4월 서울북부지검에 고소했다. 종일 전화응대를 하는 상담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언어폭력 피해를 받지만, 친절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일부 상담원은 얼굴은 웃고 있어도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는 ‘스마일 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지난해 10월18일 개정안이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하루 평균 55건의 상담을 해온 공공기관 민원콜센터 상담원이 민원인에게 폭언이나 성희롱을 당할 경우 전화를 끊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산안법 제26조2항에는 고객응대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폭행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따른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사업주는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하는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돼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된 산안법에 대해 “라면상무 사건이나, 백화점 모녀 사건 등, 고객들의 갑질문제가 많았다. 고객응대 건강대책 수립요구가 나오면서 국회의원들이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발의했다”며 “산안법에서 고객의 폭언 등에 대한 건강장애 예방조치가 신설 됐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공공기관 상담원들이 폭언 등의 상황에 놓였을 때 전화를 끊도록 하는 구체적인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상담원들을 위한 구체적인 민원응대 표준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행안부가 만든 표준안을 보면, 민원인이 의도적으로 통화를 30분 이상 지속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할 경우 상담원은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 것이라고 밝히며 통화를 종료할수 있다. 행안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콜센터 운영메뉴얼을 각 공공기관에 배포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산안법 개정안에 따라 근로자의 고객 응대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신설됐지만, 아직 (그 의무가) 느슨한 편”이라며 “심지어 공공기관 민원콜센터 가운데 영세한 곳은 상담원이 9명이나 10명에 불과하다. (콜센터) 규모가 작으면 다산콜센터와 같은 메뉴얼도 없을 것이다. (폭언을 들으면) 3번만에 전화를 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을수도 있다. (행안부가) 표준안을 만드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정부가 상담원들을 위한 보호조처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행안부는 지난해 상담원 보호를 위한 음성안내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런 절차를 실제로 시행하는 콜센터는 전국 156개 가운데 40개 센터(2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원을 보호하기 위해 민원인의 발언을 녹음한다고 안내를 시행하는 센터는 98개(63%)였다.
한편, 행안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156개 전국 공공기관 민원콜센터 운영현황을 조사해보니, 공공기관 상담원은 1명당 1일 평균 61.5건의 상담요청을 받고, 54.5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