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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국내서도 정부 수립 논의 활발

등록 2019-04-03 07:32수정 2019-04-03 07:48

인천 만국공원서 13도 대표자 극비회의
예수교·불교계 등 종교계 20명 안팎 모여
이승만 집정관 총재, 총리 이동휘 추대돼
“상해 상황 지켜보고 결정을” 결정 미뤄
한성정부 수립 논의에 참여한 이규갑과 홍면희 변호사(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한성정부 수립 논의에 참여한 이규갑과 홍면희 변호사(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충남 아산 출신의 예수교 전도사 이규갑(32)씨는 2일 오전 일찌감치 경성에서 기차를 타고 인천으로 향하였다. 기차간 안에서 그는 미리 준비해둔 흰 헝겊을 손에 감았다. 일경의 눈을 피하려 경성 중심지가 아닌 인천까지 발걸음을 하는 중이건만, 그마저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동지들과 서로를 알아볼 요량으로 흰 종이나 헝겊을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이씨를 비롯한 예수교인들과 천도교, 불교계를 대표하는 몇몇 명망가들은 이날 인천 만국공원에서 ‘13도 대표자회의’를 열어 가정부(임시정부) 수립을 공포할 참이었다.

이씨는 본지에 “3월 초순 무렵 윤이병(34)씨 등이 비밀히 연락하여 임시정부 수립 문제를 제의하여왔다. 정부를 만들려면 국민의 총의를 대표할 만한 지역과 각 단체의 대표들을 모아 그 이름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하였다. 애국지사 윤씨는 일찍이 을사오적 이완용(61) 집에 방화를 제의하여 실천하는 등 구국운동을 벌였다가 3년간 유배를 당한 바 있다. 3월 초하룻날 만세운동이 시작된 뒤로 조선반도 안팎에서 정부조직설이 파다하나 숨소리만으로도 헌병대에 붙들려가는 것이 현금의 국내 상황인 탓에 그 거동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법률 전문가로 주로 애국지사들의 변론을 맡아온 홍면희(42)씨도 이 일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데, 그는 “손병희(천도교 교주·민족대표 33인)가 조선의 독립선언을 한 이래로 각처에서 시위운동이 있으나 모두 통일이 없고 각자 생각대로였으니 각개의 독립운동단을 망라하여 조선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계통적으로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계획된 13도 대표자회의는 임시정부 구성에 앞서 ‘의회’ 구실을 할 것인데, 이들이 ‘한성정부’라고 명명한 정부 요직에는 미주의 이승만(44·집정관 총재)씨, 연해주의 이동휘(46·국무총리 총재)씨, 미국 하와이의 박용만(38·외무부 총장)씨 등이 추대된 터이다.

허나 이날의 회합은 다소 아쉬운 결과에 그쳤다. 예수교, 불교계 인사 일부를 포함한 20명 안팎의 인사들이 모였으나 각 지역 대표들과 천도교계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 등 ‘대표자회의’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참석자 가운데 한명은 “일단 상해에서도 정부 수립 소식이 있다고 하므로 사람을 보내어 상황을 보고 한성정부 수립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전하였다.

△참고문헌

한시준, ‘한성정부의 수립과 홍진’(<한국근현대사연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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