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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방분권 헌법정신 실현하겠다” 27년 ‘향판’의 소신

등록 2019-04-09 20:50수정 2019-04-10 07:41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산·경남지역서만 근무 “지방에서 살아 지역불균형 절감”
독지가 도움받아 학업 마쳐 “사회에 갚으란 말 잊지 않아”
“우리법연구회, 학술단체 성격” 이념 공세에 다양성 강조
“사형제 폐지…동성애는 찬반 대상 아니고, 동성혼은 반대”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방에서 살아보니 우리나라의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뜻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사법연수원(18기) 수료 뒤 판사로 임관해 27년 동안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근무해온 향판(지역 법관)은 경남·경북·강원·전남·전북·충남 등을 지역구로 한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헌법 정신 속 지방분권을 역설했다. “만일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생의 대부분을 지방에서 살아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분권의 가치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형배(54)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재판관 임기 6년의 목표가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한 전례 없는 인사말로 시작했다. 문 후보자는 법조인으로서 삶의 자세 역시 ‘경남 진주의 어른’으로 불리는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 2학년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김 이사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는 개인적 이력을 공개했다. 사법시험 합격 뒤 김 이사장을 찾아가서 들은 ‘(고마움을) 갚으려거든 사회에 갚아라’라는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오전 내내 공전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임명됐다며 ‘인사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오후 2시 재개된 청문회에서는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문 후보자의 이념 성향 검증 등이 이어졌다.

우리법연구회가 ‘진보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회장일 때 명단과 홈페이지를 공개하고 논문집을 발간하며 학술연구단체로서의 성격을 강화했다”고 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유남석,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김기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이석태 등 진보 성향 재판관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지적에는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를 가를 잣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 철학과 가치관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문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0년 부산지법에서 환경단체가 제기한 낙동강 4대강 사업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사례를 들어, 문 후보자가 진영논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문 후보자는 행정·정책 판단 영역에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법적극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한국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일부 논쟁적 답변도 피하지 않았다.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하고, 오는 11일 헌재 결정을 앞둔 낙태 처벌에는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쪽을 지지한다”며 중도적 해법을 제시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찬반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성혼은 현 단계에서 반대한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종교인 과세를 두고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생긴다.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다소 밋밋한 답변을 내놨다.

앞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3차례 추천된 적이 있는 문 후보자는 6억72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문 후보자는 “전관예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야의 벼랑 끝 대치로 시작했던 인사청문회는 저녁 7시께 비교적 차분하게 끝났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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