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1일 오후 시청역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지하철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철거와 승강기 설치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서울시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2023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고, 지하철 역사에도 빠짐없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이동권 등을 개선하기 위해 2023년까지 모두 8907억원을 들여 ‘제2기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2014년 발표한 1기 장애인 기본계획의 핵심이 장애인 차별 해소였다면, 이번 2기 계획은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주거권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서울을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일상생활을 누리는 ‘장애인 인권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시의 목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39만2920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8만610명이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지체장애인이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가운데 저상버스 비율은 43.5%로 총 7160대 가운데 3112대가 저상버스로 운행 중이다. 시는 나머지 4048대를 2023년까지 저상버스로 교체해 저상버스 보급률을 100%로 올릴 계획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버스 탑승 행동’이 전국 동시다발로 열린 2014년 9월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한 장애인이 휠체어 없이 맨몸으로 버스 계단을 오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참가자들은 “장애인도 추석에 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고속버스·시외버스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촉구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 택시도 보강한다. 시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서울 시내 26개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순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1∼2급 장애인이 쓸 장애인 콜택시도 올해 482대에서 2022년까지 682대로 늘린다. 서울시복지재단의 현명희 박사는 “장애인이 살기 편한 도시가 시민도 살기 편한 도시”라며 “저상버스는 장애인만이 아니라, 교통약자인 노인이나 아동, 임산부에게도 도움이 된다. 장애인 정책의 혜택은 일반시민에게도 돌아간다”고 말했다.
시는 장애인 노동권과 주거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일반 공무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재 5.2%에서 2023년까지 6%로 높여 최대 2630명의 장애인을 공무원으로 채용한다. 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에 5년간 1384억원을 투입해 채용규모를 현재 1875명에서 2700명까지 늘린다.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주택은 올해 처음으로 28개를 짓고, 2023년까지 70개까지 확대한다. 현재 85개인 장애인 자립생활 주택도 100개로 늘릴 방침이다.
‘탈시설 장애인, 자립리포트’를 쓰며 <한겨레>가 만난 자립장애인들이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며 환히 웃는 사진들을 보내왔다. 당사자 제공
다만, 한편에서는 서울시의 장애인 주거권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탈시설 정책 현실화를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김순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서울에는 45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2657명 장애인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5년 동안 300명 장애인을 탈시설하겠다는 목표치를 잡았다. 모든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오려면 앞으로 45년의 세월이 걸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만큼은 안 되더라도 서울시 주택본부와 협의해 최대한 많은 장애인 거주 주택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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