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9월 20대 5명이 고등학생 29명에게 연이율 2600~8200%의 고금리 대출을 해준 뒤 이를 갚지 못하자 부모에게 전화해 빚을 독촉하는 등 불법 대부업 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이들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2.
18살 ㄱ씨 등 3명은 지난 1월 16살인 ㄴ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자 ㄴ씨의 친구인 ㄷ씨를 찾아가 돈을 갚으라며 현관문을 발로 두드리고 난동을 부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ㄱ씨 등을 특수공갈 혐의로 입건했다.
최근 청소년을 상대로 성행하는 사채의 일종인 이른바 ‘댈입’(대리입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리입금이란, 청소년을 비롯해 급히 소액의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돈을 빌려주고 수고비를 받는 행위다. 은행 등에서 대출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적은 금액을 번거로운 절차 없이 빌렸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각비’(연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 독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2일 ‘댈입’(대리입금) 집중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실제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를 보면, “대리입금으로 3만원~7만원 구합니다”, “대리입금 합니다.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빌릴 금액, 돌려주시는 날짜, 돌려주시는 금액, 신분증 공개 여부, 지각비 동의, 전화번호 공개 여부 보내주세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리입금의 경우 빌리는 돈은 1만~30만원으로 적으나 연 24%로 제한된 법정이자율을 훨씬 넘는 ‘지각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울러 개인정보 유출, 폭행, 협박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빚 독촉을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경찰은 대리입금이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고 학교와 협조해 누리집과 가정통신문에 대리입금의 문제점과 피해 신고 방법 등을 게재하라고 요청하는 등 5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고금리 대출 신고를 받을 계획이다. 집중신고기간에는 학교전담경찰관이 학생들을 상대로 한 피해예방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고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학교전담경찰관은 피해 학생을 면담해 폭행·협박 등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신변보호와 전문기관 연계 등 보호조처도 한다. 피해 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에는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인적사항을 적는 것을 생략하거나 가명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적극적으로 안내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에스엔에스에서 조직적으로 대리입금을 광고하고 실제 대출을 해주는 일당을 집중 수사해 신고 사실 이외의 추가범죄 사실도 철저히 밝혀내 처벌할 계획이다. 주요 단속 대상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반복적인 대리입금 행위를 하거나 대부 광고를 하는 경우, 개인 간 돈을 빌려주고 받으면서 이자제한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연 24%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는 경우 등이다. 다만 대출 원금 10만원 미만은 법정이자율인 24%를 초과해도 이자제한법 적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빚 독촉을 할 때 폭행·협박·체포·감금 등의 행위를 할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경찰은 인터넷 누리집 등에서 대리입금을 홍보하는 불법 게시물 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하고 불법광고에 활용된 전화번호도 관련 부처에 정지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리입금과 같은 고금리 대출·갈취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며,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와 체결한 대리입금 행위는 민사상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원금 외에 이자를 갚을 의무가 전혀 없다”며 “대리입금으로 피해를 당한 청소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학교전담경찰관이나 선생님에게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