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오른쪽)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10월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희망의 나눔 걷기’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1년 10·26 선거 때 나경원 후보가 정보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논평을 낸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이, 당시 경찰과 청와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출신인 이 의원이 정보보고 문건이 오가는 ‘통로’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시기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정보경찰을 관장한 경찰책임자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3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멈추고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라도 지켜가길 바란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당시 정보경찰의 선거개입 정황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이 의원은 논평에서 “지난 2011년 10월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후보는 그 어떤 정보경찰관의 도움을 받거나 경찰정보를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정치 지형상, 나경원 후보는 청와대는 물론 같은 당으로부터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나홀로 선거를 치러야 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최근 <한겨레>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정보경찰의 청와대 보고 문건과 상반된다. 당시 10·26 보궐선거를 전후로 정보경찰은 야당 후보와 야권 시민단체를 사찰하고, ‘나경원 의원의 귀족 이미지’ 희석 방안을 보고하는 등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컨설팅’ 역할을 자임했다. 검찰과 경찰은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정보경찰 문건들이 청와대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논평을 낸 이 의원이 문건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검·경의 정보경찰 수사를 통해, 경찰청 정보국이 생성한 ‘선거 개입’ 성격의 문건들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10.26 보궐 선거가 끝난 직후인 그해 11월 이만희 치안비서관은 경북경찰청장으로, 이철규 정보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양홍석 전 경찰개혁위원회 정보경찰소위 위원(변호사)은 “경찰청 정보국에서 생성된 문건들은 매일같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이나 국정상황실로 전달되는데 그 핵심보직에 있던 분들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만희 의원은 “기사 내용을 보지 않고 당사자에게 물어 논평을 냈다. (문건 관련)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철규 의원은 “어떤 내용의 문건인지, 그것이 정보국 문건인지도 모른다. 정보국 문건이 하루에 오천건에서 만여건에 이르기 때문에 일일이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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