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HFN 콘퍼런스 홀에서 이스라엘 군부대 ‘8200부대’, ‘탈피오트’ 출신 기업가들과 창업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인터넷전화 ‘바이버'와 사이버 보안기업 ‘웬스파이어’의 공통점은?
모두 이스라엘 특수부대와 과학기술 전문장교 출신들이 만든 정보기술(
IT)기업이다. 이스라엘은 군대에서 정보통신 전문기술과 지식을 가르쳐 기술창업을 돕고 있다. 군대에서 습득한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공식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현지시각) ‘8200부대'와 ‘탈피오트' 출신 기업인 20여명을 만나 창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8200부대는 정보수집과 암호해독을 맡은 특수부대다. 인터넷전화로 유명한 ‘바이버'의 설립자 탈몬 마르코가 이 부대 출신이다. ‘최고 중 최고라는 뜻'의 탈피오트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전문장교를 키우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탈피오트 출신 기업가 마리우스 나흐트는 보안 시스템 기업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스'를 만들어 해킹을 막는 방화벽 시스템 시장을 선도했다.
닐 램퍼트 엠이알(MER) 최고경영자는 “8200부대는 이스라엘 최고 인재만 뽑는 부대다. 이스라엘 군부대는 계급이 높지 않은 이도 전문성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오게 된 동기가 제일 중요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이스라엘 보안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창업을 위한 창의성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인 출신들이 자유로운 발상이 중요한 IT기업을 어떻게 창업할 수 있을까. 해답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군대문화에 있었다. 사이버 보안기업 웬스파이어의 최고경영자 미릿 카가릴스키는 “(군대에서) 계급은 중요하지만 상관의 생각에 무조건 (옳다고) 대답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전문적인 지식만을 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정보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처리할지 사고 자체를 훈련한다”고 했다.
닐 램퍼트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예스맨이 필요 없다. 오히려 ‘노'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을 고용하고 싶어한다”라고 했다. 이스라엘 이동통신사 셀콤의 론 쉬빌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는 실패해도 괜찮다. 오히려 실패를 빨리해서 배우고 다시 일어서라고 말한다. 위험을 감수하라는 태도가 이스라엘 문화 속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들과의 대담에서 “결국에는 문화와 분위기다. 이스라엘에는 (격의 없는 뻔뻔함을 뜻하는) ‘후츠파(Chutzpah) 정신'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정신인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또 “이스라엘은 좋은 인재들을 모아 군대에서 훈련받고 교육받아 창업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시스템을 우리가 보고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에서 복무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재능을 키우고 복무 이후에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관련 부분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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