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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투리조트 지원 찬성 이사들, 강원랜드에 30억 배상하라”

등록 2019-05-19 10:24수정 2019-05-19 20:53

대법 “7명 개인에 배상” 판결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 위배”
‘거수기 논란’ 사외이사에 경종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방치하고, 손실이 분명한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들에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린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낙하산·거수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공기관 사외이사의 역할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원랜드가 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호규 전 사외이사 등 7명은 30억원을 책임 비율에 따라 나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다만 이 사건 표결 당시 기권한 최흥집 전 사장과 김성원 전 부사장(당시 전무)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한 이들은 김호규, 강준원, 권용수, 권혁수, 송재범, 정월자(이상 사외이사), 김홍주(비상임이사) 등 7명이다. 대법 판결이 확정되면 이들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많게는 1인당 6억원 이상을 물어줘야 한다.

2012년 7월 김호규 이사는 강원도 태백시의 부탁을 받고 태백시가 출자한 오투리조트에 150억원을 기부금 형태로 지원하는 안건을 강원랜드 이사회에 올렸다. 태백시의원 출신인 김 이사는 강원랜드 주주인 태백시 몫 사외이사였다. 당시 이사진 12명 가운데 김 이사 등 7명이 찬성했고, 김동철·박종철·차동래 이사는 반대표를 던졌다. 경영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최흥집 사장과 김성원 전무는 손실이 뻔한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기권했다.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 등을 갖춘 오투리조트는 태백시가 651억원을 출자하는 등 모두 4400여억원을 들여 2008년 10월 태백시 황지동 서학골 일대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불어난데다 분양 부진이 겹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강원랜드 이사회가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150억원 기부를 의결할 당시, 오투리조트의 부채 비율은 2000%가 넘었다. 자기자본금 170억원에 빚이 3473억원에 이르렀다.

당시 강원랜드 법무팀은 대형 법무법인 두곳으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아 “15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오투리조트가 회생하기 어렵다. 회사에 손실만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업무상 배임 및 손해배상 가능성이 있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강원랜드는 2008년에도 오투리조트 전환사채 1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가 2년여 만에 모두 손실 처리한 바 있었다. 그런데도 사외이사 등 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 개최 당일 태백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회의장을 찾아 이사들에게 협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투리조트에 지원된 150억원은 인건비 등으로 순식간에 소진됐고, 경영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2014년 3월 “강원랜드 이사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15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찬성·기권한 이사 해임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통보했다.

1·2심은 “150억원 기부가 폐광지역 전체의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 강원랜드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며 당시 찬성 이사 7명, 이를 방임(기권)한 사장·전무 2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지원안의) 공익 기여가 크지 않은데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상법이 정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배했다”며 7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30억원에 이자까지 더해 1인당 평균 5억~6억씩 물어내게 된 전직 이사들은 주로 지역 정치인·기업인·공무원 출신들로, 의안 찬성 비율이 강준원(100%), 김호규·정월자·송재범·권혁수(99%), 권용수(98%) 등 100%에 가까웠다. 150억원 기부 안건을 이사회에 연거푸 올리며 표결을 주도한 김호규 이사는 표결 처리 이듬해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태백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최흥집 전 사장도 강원도지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2014년 감사원은 표결에서 기권한 최흥집·김성원 두 사람이 “기부안의 부당함을 잘 알면서도 사전에 기권하기로 서로 협의했다”며 책임을 지적했지만, 이들을 비롯한 강원랜드 임원들을 고발하지 않았다. 이에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가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후 검찰은 세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이날 최·김 두 사람을 배상 책임에서 제외한 대법원 판단을 두고 “다른 이사의 위법한 행위를 감시할 의무를 적극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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