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택시기사에게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뒤 면허 취소 처분을 했더라도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아무개씨가 인천광역시 계양구청장을 상대로 개인택시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특정강력범죄를 범하여 실형 혹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개인택시운송사업의 운수자격 역시 취소해야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입법목적과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2013년 4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50대 피해 여성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피해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강간치상)로 같은 해 10월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2017년 9월 인천광역시 계양구청은 뒤늦게 이씨의 형사 판결을 이유로 택시운전자격 취소 처분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인천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자격취소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고, 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라 면허 취소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는 집행유예 기간에 택시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면서, 범죄자가 택시기사인 경우에는 택시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그러나 택시면허 취득이 금지된 집행유예 기간에만 행정청이 택시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지, 집행유예 기간과 상관없이 어느 때든 취소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1·2심은 면허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집행유예 기간에 운전자격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권한 불행사로 인해 원고가 반사적 이익을 얻은 것에 불과할 뿐, 집행 유예기간을 피고의 권한 행사 기간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도 “집행유예 기간이 도과한 다음에 피고가 이 사건 자격취소 처분을 했다 하더라도 자격취소 사유인 특정강력범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발생한 이상 이 사건 자격취소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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