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공안부와 노동법이론실무학회는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내도급 및 파견의 법적 쟁점’에 대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검찰 공안부라고 하면 국가보안법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 공안부 사건의 90%는 노동사건이다. 노동 전문성이 부족한 공안검사는 노동자의 권리 주장을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곤 했다. 보수정권 시절 노동사건이 공안정국 조성에 이용됐던 이유다.
공안검사에서 ‘공공검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가 노동법이론실무학회(공동회장 유성재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와 함께 지난 24일 ‘사내도급 및 파견의 법적 쟁점’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4월 ‘형사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법’을 주제로 한 첫 행사 때는 노동사건 전문인 김선수 변호사(현 대법관)가 참석해 노동법을 대하는 검찰의 미온적 태도에 쓴소리를 한 바 있다.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 ‘파견법상 규제와 형사책임’에 대한 주제발표 뒤 토론이 이어졌다. 박광호 대구지검 김천지청 검사는 “법원 판결이 일관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견과 도급을 구별해 판단하기 난해하다”며 수사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검사는 지난 2월 ‘아사히글라스’ 불법 파견 사건을 맡아 회사법인 등을 기소했다. 박선민 광주지검 검사는 ‘세이브존’ 불법 파견을 기소한 수사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현행법에서 파견 가능 업종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파견과 도급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법 파견을 처벌하지 않는 ‘비범죄화’ 검토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인 김기덕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검찰이 파견법을 위반한 기업 압수수색에 적극적이었거나 기업 회장을 기소한 적이 있나. 검찰이 진작에 바로잡았다면 사내하청 불법 파견 문제는 이미 근절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태욱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도 “불법 파견으로 발생한 불이익을 노동자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며 비범죄화 주장에 반대했다.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아 불법 파견 관련 법원 판례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이 처리한 노동사건이 균형적이지 않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해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대검은 지난달 ‘노동수사 전문자문단’ 운영과 관련한 예규를 만든 뒤 대학교수로 이뤄진 외부 자문단을 위촉한 바 있다. 대검은 27일 “불법 파견 관련 판례와 파견·도급 기준 등을 정리한 내부 자료를 만들어 관련 수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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