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마일리지 혜택을 바꿀 때 약관 내용이 행정규칙과 같더라도 사전에 설명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0일 유아무개씨가 하나카드(옛 외환카드)를 상대로 낸 마일리지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2012년 10월 인터넷으로 ‘외환 크로스마일 스페셜에디션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카드 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대신 연회비가 10만원이었다. 그러나 하나카드가 다음 해 9월부터 마일리지 혜택을 1.8마일로 줄였다.
유씨는 “마일리지를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감축했고,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약관 내용을 미리 설명해야 할 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카드사는 “약관에 따라 혜택 변경 6개월 전에 마일리지 축소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고지했으므로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약관에 금융위원회 고시 규정인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25조 1항 내용 “부가서비스 변경 시 변경사유, 변경내용 등에 대해 변경일 6개월 전에 고지할 것“을 적었기 때문에 따로 고지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1·2심은 사용금액당 마일리지 적립액이 바뀐다는 사실은 설명 의무가 있는 중요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크로스마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만큼 마일리지 적립이 주요한 부가혜택이라는 점, 마일리지 적립이 카드 선택의 주요 이유인 점 등이 고려됐다.
대법원도 약관의 내용을 고객에게 따로 고지할 설명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약관 내용이 금융위원회 고시 규정과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명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카드업계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에 항의하는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소송과 같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들이 약관 설명 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이전의 부가서비스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도 여러 건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을 공익 사건으로 변론한 법무법인 케이에스앤피 김상배 변호사는 “하나카드를 포함해 다른 항공마일리지 혜택이 변경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가능한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대법원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비슷한 방식의 약관을 운영하고 있다. 법원이 소비자 권리 강화에 노력하라는 판결을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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