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사상 혜택은 폐지하되 청룡봉사상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래픽 김승미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폐지 논란이 일었던 청룡봉사상에 대해, 정부가 인사 가산점은 폐지하되 상 자체는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주관해 주는 상으로 상금은 1000만원에 달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공무원 인사 우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는 앞으로 민관기관과 정부가 공동주관하거나 민간기관이 단독으로 주관하는 상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특별승진, 승진 시 가점 부여 등 인사상 우대조치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며 “시상제도에 충실해서 민관공동 주관상은 계속 하되, 다만 인사상 우대조치와 연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관이 1계급 특진하는 인사상 특전은 폐지하되 <조선일보>와 경찰청의 공동주관하는 청룡봉사상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967년 제정된 이래 248명의 경찰관이 청룡봉사상을 받았고 이 가운데 200여명이 1계급 특진했다. 1000만원에 달하는 상금 중 700만원은 조선일보가 300만원은 경찰청에서 부담해 왔다. 청룡봉사상의 역대 수상 내역에는 △1972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한 유정방 △1979년 고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고문기술자’ 이근안 △1983년 부림사건 고문 가담자 송성부 등이 있다.
청룡봉사상 역대 심사위원은 경찰청 차장과 경무인사기획관, 조선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사회부장, 그 밖에 대학교 총장과 교수진으로 구성돼 왔다. 특히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청룡봉사상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심사위원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당시 경찰청 차장신분으로 박두식 편집국장과 선우정 사회부장과 함께 2018년 제52회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을 맡았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찰관에 대한 감찰내용과 평판까지 제공하는 형식의 공동주최는 경찰과 특정언론사와 유착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청룡봉사상이 사실상 존치되면서 시상자인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경찰사회에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룡봉사상으로 인한 1계급 특진도 문제였지만 조선일보에 경찰 내부 감찰이나 평판 정보도 줬던 것이 문제”라며 “수상과정에서 조선일보라는 언론사가 경찰 내부에 대해 관여하고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봉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도 “인사특전만 폐지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경찰청과 조선일보가 적지 않은 상금을 주는 건데 누구나 그 상을 원하지 않겠느냐. 인사평가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감찰확인자료는 제공되지 않는다”며 “다만 조선일보는 시상을 하기 위해서 실적과 관련된 기본심사자료를 열람하게 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사는 공공부문만이 아니라 민간부문에도 여러 가지 상을 주고 있다”며 “(그렇게 보면 언론사가 주는 상의) 모든 부분이 다 같은 차원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조선일보와 계속 상을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장자연 사건 수사팀 경찰관이 청룡봉사상을 받은 것에 대해 민 청장은 “해당 경찰관의 경우,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것은 맞지만 청룡봉사상은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서 수사하기 이전에 이미 추천됐고 심사 절차가 진행 중에 있었다”며 “(해당 경찰관의) 공적은 장자연 사건과 관계없는 조직폭력 검거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룡봉사상 외에 △중앙일보와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에게 주는 ‘청백봉사상' △동아일보와 채널A가 경찰·소방공무원·군인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영예로운 제복상' △SBS의 ‘민원봉사대상' △KBS의 ‘KBS119소방상' △서울신문 ‘교정대상' 등도 인사 특전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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