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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끈기 있는 홍보의 시간 축적하라”… 양승태 행정처에 ‘쪽집게 홍보 강좌’

등록 2019-06-20 09:26수정 2019-06-20 19:36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검증하면서
<삼성그룹 홍보조직 방문 결과> 문건 공개
행정처, 2016년 삼성 5층 접견실 방문 정황
“위기 발생시 적극 언론 대응 기조로 바꿔야”
“대중적 라이터 통해 사법부 보도 적극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사진부터)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첫 공판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사진부터)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첫 공판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삼성전자 홍보실을 직접 방문해 사법정책 홍보 및 비판적 언론보도 대응 방안을 전수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행정처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상고법원 도입이 사실상 좌절된 시점이었는데, 삼성은 “인내심과 끈기” “대중적인 작가 활용” 등을 조언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서는 2016년 3월 행정처에서 작성한 <삼성그룹 홍보조직 방문 결과> 문건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애초 비공개 대상이었지만 피고인의 요청으로 검찰 쪽 증거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법정 모니터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문건을 보면, 당시 이민걸(불구속기소)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조병구 공보관, 김민수·박상언 심의관은 2016년 3월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접견실에서 삼성전자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백수현 전무 등 경영지원실 커뮤니케이션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삼성 쪽은 ‘대법원 홍보 및 소통 담당 조직개편 관련 조언’이라며 “인내심과 끈기 있는 홍보의 시간을 축적하라”고 전했다. “삼성 역시 여러 실패를 겪으면서 배우고 회복한 것이지, 신뢰 회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법원 관련 나쁜 기사가 언론 스크랩에 있다고 해서 위기이고, 없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등 ‘실전’에서 갈고 닦은 홍보 방안 등을 전수했다. 또 “위기 발생시 적극적인 언론 대응 기조로 소통 프레임을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 확산 위험이 있더라도 진실에 기초한 컨텐츠를 던져놓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 “기자에 의해 해석된 기사가 온라인을 떠돌게 하지 말고, 대중적인 라이터(글쓴이)를 통해 사법부 관련 보도가 제공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정처는 삼성 쪽 조언을 적극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그해 5월 행정처 기조실은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법원, 재판, 법관이 왜곡돼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 사법불신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바람직한 법원 모습을 미디어에 효과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장판사급을 회장으로 하는 ‘법원·미디어·엔터테인먼트법 연구회’ 설립을 추진했다. 대중적 스타와의 간담회, 연예기획사 방문, 드라마 제작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고 법원이 각종 법적 분쟁 당사자인 기업을 찾아가 홍보 관련 조언 등을 구한 것 자체가 여러 모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사법농단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2017년 1월17일 행정처 심의관이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을 통해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청구서 사본을 이메일로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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