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서비스업도 자동화…“일자리·임금 모두 감소할 수 있다”

등록 2019-06-29 13:04수정 2019-06-29 13:09

[토요판] 커버스토리
무인화와 일자리 변화

기술 발전 따른 자동화 추세
판매, 배달 등 서비스업까지 확산
저숙련 중심 일자리 소멸 우려
“전체 일자리는 늘 것” 분석도
“노동시장 밀려나도 삶 유지할
소득·교육·돌봄 등 안전망 필요”
미국 시애틀 시내에 있는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시애틀 시내에 있는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무인화·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생산성은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 자체는 없어지거나 노동이 파편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인화가 가져올 노동의 변화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파괴’ 논쟁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11년, 노팅엄 직물공장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직조기계를 파괴했다. 그 유명한 ‘러다이트’ 운동이다. 19세기 말 전기와 전화의 발명, 석유의 발견으로 2차 산업혁명이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20세기 말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3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컴퓨터·인터넷·온라인 기반의 정보화 사회가 출현했다. 3차 산업혁명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공지능(AI)·로봇공학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농업 분야, 제조업 분야가 차례대로 자동화 과정을 거쳤고,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판매, 계산, 배달 등 서비스업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이 공장 조립라인을 떠나 일상생활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일자리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에 낸 ‘2019년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앞으로 15~20년 사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자리의 14%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며, 작업(task) 단위로 따지면 기존 작업의 32% 정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2017년 “미국 일자리의 47%가 자동화 위험에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와 보스턴대의 파스콸 레스트레포는 2018년 ‘로봇과 일자리’ 보고서에서 “자동화는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으며 생산성 효과가 크지 않은 한 노동 수요(일자리 수), 임금, 노동 분배율을 모두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화로 고숙련 노동자는 중간숙련 일자리로, 중간숙련 노동자는 저임금 일자리로, 저임금 노동자는 실업 상태로 떨어지는 경향이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노동자 1천명당 로봇 하나가 추가되면 고용은 0.2%, 임금은 0.37%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낸 ‘미래의 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보편화되는 이른바 ‘로봇 경제’의 출현으로 2025년까지 세계에서 창출될 일자리는 1억3300만개이고, 로봇에 의해 대체될 일자리는 그 절반 수준인 7500만개로 예상했다. 로봇이 기존 노동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새롭고 더 복잡한 노동을 만들어내면서 전체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체 일자리가 감소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단순 반복 작업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재 산업화된 국가들의 사회안전망은 사회보험 가입을 전제로 설계된 탓에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실제로 오이시디 국가는 실업자의 3분의 1이, 우리나라는 실업자의 절반이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존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원재 랩2050(LAB2050) 대표는 “자동화로 ‘탈노동’이 가속화되면 고용이 계속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더라도 일상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기본소득, 평생학습, 평생돌봄 등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이 자동화에 끼치는 영향 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있다.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떤 업종이 자동화가 쉬운지, 어떤 정책이 자동화를 가속화하는지 등을 정부가 예측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은 자동화가 쉬운 직종의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많이 줄게 했다”며 “자동화가 불가피한 직종에서 일하는 저숙련 노동자가 다른 직종으로 일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이 선행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무인화에 따른 일부 소비자의 소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무인화 시스템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표준적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2017년 9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을 논의할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꾸렸다. 이 위원회는 전병유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노동계와 사용자 각 2명, 정부 3명, 공익위원 6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3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자리 이동을 지원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과제 합의’)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