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응급환자 본인이라도 응급환자의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응급환자의 진료를 방해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 소원 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2일 밝혔다. 9명의 재판관 중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몽골 헌법재판소 국제회의를 참석하느라 불참했다.
청구인 ㄱ씨는 2015년 12월 한 대학병원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2017년 300만원의 벌금이 확정됐다. ㄱ씨는 2018년 2월 응급환자 본인을 포함해 응급의료 방해 행위를 광범위하게 처벌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대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응급의료법은 제12조는 응급의료 방해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응급의료법 12조 중 ㄱ씨의 범죄 사실과 관련한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밖의 방법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과 처벌 조항을 심판 대상으로 삼았다.
헌재는 “응급환자 본인을 포함한 누구라도 폭행, 협박, 위력,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응급의료는 일반 의료서비스와는 달리 의료, 공중보건, 사회안전 등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대표적인 공공의료 분야“라며 “응급의료법 규정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의료 업무를 보호하여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는 데 입법 목적이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응급진료 방해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자기결정권, 일반적 행동 자유의 제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 본인이 진료를 방해해도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응급환자의 생명 내지 심신에 치명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다른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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