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전경. 건물 오른쪽 아랫 부분이 법원행정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원이 대법원장 중심의 사법행정을 추진할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한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법개혁안’ 추진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5일 “지난해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상설 자문기구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곧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를 빼대로 하는 대법원 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대법관 회의를 거쳐 9월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을 의장으로 법관 5명, 비법관 4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된다.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참여하는 법관은 전국법원장회의가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가 3명을 추천한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에는 법관보직 인사를 다룰 법관인사분과위원회 등 5~15명으로 구성된 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사법행정회의’와 인적 구성이 유사하다. 당시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사무처장, 법관 5명, 비법관 4명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는 사법행정회의 설치를 요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향후 법 개정 이후 사법행정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대법원이 낸 사법행정회의는 사법발전위원회의 제안과 달리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법발전위원회는 애초 법관과 비법관을 동수로 하고 집행권을 갖춘 총괄기구로 사법행정회의를 상정했지만, 대법원은 법관 수를 더 늘리고 집행권을 뺀 심의·의결기구로만 사법행정회의의 역할과 위상을 제한하는 최종안을 내놓았다.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자신들에 유리한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발전위원회의 추진안을 대법원은 아무 설명도 없이 뒤집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국회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그 안을 그대로 밀어붙여서 입안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종래에도 자문기구가 있었지만 사법농단이 발생했”며 “핵심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법원장의 권한행사를 추인해주는 허수아비 기구가 또 하나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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