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재판에서 법원행정처 출신 현직 법관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이 주기적으로 사적 만남을 이어온 정황이 드러났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유해용(53·현 변호사)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는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신기조라는 모임을 아느냐’고 물었고, 임 전 차장은 “안다”며 “정확한 구성 멤버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기조’는 ‘신광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준말이며,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중심으로 임 전 차장과 곽 전 법무비서관, 손지호·서승렬·이정석 판사, 최재혁·조귀장 김앤장 변호사 등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법원행정처에 재직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신기조 모임의 중심인 신 전 형사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됐다.
임 전 차장은 “(신기조에) 참석 가능한지 총무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며 “정기적인 모임인지는 모른다. 참석한 적이 없진 않고 몇번 있다”고 답했다. 곽 전 법무비서관도 ‘신기조 모임을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곽 전 법무비서관의 청와대 진출에 임 전 차장 등의 추천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이 ‘곽 전 법무비서관 임명 시 법원행정처 의사가 반영됐느냐’고 묻자, 곽 전 비서관은 “그렇게 짐작한다.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여러군데 추천을 받아 검증했다고 들었다. 법원행정처 의사도 반영됐다”고 답했다.
한편 39일 만에 유해용 전 연구관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임 전 차장은 “제 형사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박채윤씨 관련 특허 소송에 대한 검찰 질문에 대부분 답하지 않았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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