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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이혼책임 남편이 크면, 이주여성 체류자격 있다”

등록 2019-07-10 06:01수정 2019-07-10 22:31

‘이주여성도 일부 책임’ 이유로
체류연장 안된다는 1·2심 뒤집어
“결혼이주여성 인권 보호해야”

한국인 배우자 전적인 책임 때만
체류자격 연장했던 판결에 제동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다문화가정 부부가 이혼할 경우 그 책임이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어야만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연장해줬던 기존 판결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ㅇ(23)씨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한국인 배우자에게 이혼의 ‘주된’ 책임이 있다면 이혼한 이주여성도 결혼이민 체류자격(F-6)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ㅇ씨는 한국인 정아무개(40)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2015년 12월부터 한국에서 정씨와 함께 살았다. ㅇ씨는 ‘국민의 배우자’로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ㅇ씨는 고부갈등과 유산 등을 겪다 2017년 1월 이혼했다. 이혼재판에서 법원은 “주된 귀책사유는 정씨에게 있다”며 ㅇ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ㅇ씨는 이혼 뒤인 2017년 5월 결혼이민 체류자격 연장을 신청했다.

ㅇ씨는 자신이 ‘국민의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결혼이민 체류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입국사무소는 “배우자에게 전적인 귀책사유가 없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이 있거나, 위자료 액수가 커 한국인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이혼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체류자격을 연장한다는 취지였다. ㅇ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ㅇ씨가 결혼이민 체류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ㅇ씨에게도 이혼에 이르게 된 책임이 일부 있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혼 판결에서 위자료 액수가 적고 정씨에게 이혼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만 한 점, ㅇ씨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혼에 이르게 된 전적인 책임이 한국인 남편에게 있다는 점을 ㅇ씨가 증명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국인 배우자에게 이혼에 이르게 된 보다 큰 책임이 있을 경우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ㅇ씨가 임신 초기 가족들로부터 특별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시어머니 요구로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유산을 하는 등 이혼의 ‘주된’ 귀책사유가 한국인 남편에게 있다면, ㅇ씨에게 체류자격을 줘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이 어느 일방의 전적인 귀책사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다”며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 탓이고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전혀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한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권리 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고,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ㅇ씨의 체류자격을 취소하려면 피고인 행정청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국의 제도나 문화에 대한 이해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여 평소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에 관해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증명할 증거를 제대로 수집,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별거나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쪽은 “2000년대 이후로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결혼이주여성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번 판결은 출입국 행정 실무 및 하급심 재판의 잘못을 바로잡고,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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