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노원구의 ㅎ사찰에서 발생한 노동력 착취 및 학대사건에 대해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날 ㅎ사찰의 주지 스님인 ㄴ스님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적장애 3급인 ㄱ(53)씨는 1985년 아버지에 의해 서울 노원구의 ㅎ사찰에 맡겨졌다. 절에서는 ㄱ씨를 스님이라고 불렀다. ㄱ씨는 절이 좋고 불교가 좋아 불경을 배워 정식스님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ㄱ씨의 일과는 일로 시작해 일로 끝났다. 절 안의 청소와 잡일이 모두 ㄱ씨의 일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 동안 목탁을 치며 마당을 순회한 뒤 새벽 예불을 준비했다. 예불 뒤 아침 식사가 끝난 오전 7시부터 취침 시간이 밤 10시까지 점심·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노동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 평균 13시간 일했다. 주지스님은 ㄱ씨에게 마당쓸기, 잔디정돈, 텃밭가꾸기, 공사 등을 시켰다. ㄱ씨가 1년 중 쉴 수 있는 날은 명절 당일 뿐이었다. 욕설도 일상이었다. 주지스님은 ㄱ씨가 일을 서툴게 할 때마다 ‘바보’ ‘멍충이’ ‘병신새끼’ ‘머저리’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칼로 찔러 죽인다”는 협박을 한 적도 있다.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얼굴을 꼬집기도 했다. 2017년 13월 사찰 사무장의 도움으로 ㅎ사찰에서 탈출하고서야 ㄱ스님의 ‘사찰 노예’ 생활은 끝이 났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32년 동안 스님으로 있었던 지적장애인 ㄱ씨가 “주지스님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노동착취·명의도용 등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ㄱ씨를 지원하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는 10일 해당 주지스님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연구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ㅎ사찰에서 발생한 노동력 착취 및 학대사건에 대해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설명을 종합하면, 1985년부터 서울 노원구의 ㅎ사찰에서 거주한 지적장애인 ㄱ 씨는 32년 동안 주지스님인 ㄴ스님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폭언·폭행에 시달렸다. 2017년 절에서 탈출한 ㄱ씨는 비로소 ㄴ스님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폭행 혐의가 인정돼 기소됐지만 법원은 지난 8월 ㄴ스님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연구소는 ㄴ스님의 폭행 사실을 나열하며, 폭행에 의한 노동은 ‘노동착취’라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공개한 공소장에는 “(ㄴ스님이) ㄱ씨가 말대답을 한다는 이유로 ㄱ씨의 멱살을 잡고 약 100m를 끌고 갔다”거나 “ㄱ씨가 일을 빨리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수회 때리고, 발로 ㄱ씨의 양쪽 정강이를 걷어차고 ㄱ씨의 이마, 코, 눈 밑을 꼬집었다” 등 모두 12건의 폭행 피해 사례가 적혀 있다. 연구소는 “ㄱ씨의 노동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주지스님의 폭력·폭언·협박을 통한 강제근로로 봐야 한다”며 “그런데 당시 경찰은 ㄱ씨의 노동력착취(강제근로)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또 노동청은 ㄱ씨를 사찰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ㄴ스님이 ㄱ씨의 명의를 도용해 금용 및 부동산 거래를 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구소는 “ㄴ스님은 각각 1억여원, 2억여원 상당의 서울의 아파트 2채를 ㄱ씨 앞으로 구매해놓고 시세차익을 누린 뒤 되팔았다”며 “ㄱ씨도 모르는 ㄱ씨 명의의 중소기업은행 예금채권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거래조회를 해보니, ㄱ씨 명의의 계좌 49개에서 수억원을 거래한 내역도 있었다. ㄴ스님이 ㄱ씨의 명의를 도용해 차명으로 금융거래했을 가능성이 커, ㄱ씨 가족들의 수사 요청이 있었으나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노원구의 ㅎ사찰에서 발생한 노동력 착취 및 학대사건에 대해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날 ㅎ사찰의 주지스님인 ㄴ스님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ㄴ스님 쪽은 “2017년 절에서 나간 사무장이 계획적으로 벌인 일”라고 반박했다. ㅎ사찰 관계자는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당시 사찰의 사무장이 ㄱ씨와 함께 사찰을 나가며 스님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몰래 사진을 찍는 등 일을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새벽 4시부터 아침 식사 전까지는 예불 시간이고, 오후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그 일을 혼자서 다 하는 것도 아니다. 폭언과 폭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몇 년 전 ㄱ씨가 ㄴ스님을 계곡에서 밀어버리는 등 폭행을 했다. ㄱ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사찰 쪽에서 70일 넘게 간병해주고, 치과 치료비도 모두 지원했다”고 말했다. 명의도용과 관련해서도 “ㄴ스님이 ㄱ씨에게 집을 제공한 것이다. 아파트를 되판 사실이나 수익금을 누가 가져갔는지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장애인 단체는 사법기관의 재수사와 함께 종교계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장애인들이 종교시설 안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을 호소해도 경찰은 부실수사를 하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뿐이다. 종교시설은 특히 사회 각종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조계종은 ㄱ씨 외에도 추가적인 피해자가 없는지 책임 있는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종교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이번 사건은 종교계의 안일한 인권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조계종이 교단으로서의 책임을 명확하게 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소는 이날 오후 1시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조계종 소속 전체 사찰에 대해 유사 피해 사례가 없는지 실태 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서울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주지스님의 폭행 혐의와 관련된 고소장만 접수된 거로 알고 있다. 명의도용 등과 관련된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토 뒤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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