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전쟁없는 세상, 참여연대가 마련한 병무청의 병역기피자 신상공개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방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거리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병무청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을 두고 당사자들이 취소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아무개씨 등 여호와의 증인 신도 105명이 “인적사항을 공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병무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강씨 등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공개는 병역기피를 대중에 공표해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조치”라며 “병역법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라고 전제했다.
이어 “공개조치는 행정 결정 집행으로, 병무청장이 공개 대상자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거나 처분서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고소송 대상 적격을 부정해선 안 된다”며 “공개 대상자의 실효적 권리구제를 위해 행정처분으로 인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병무청장 결정은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병무청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취지로 판례를 변경한 뒤, 홈페이지에서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을 삭제했다. 재판부는 소송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이번 사건을 각하했다.
병무청은 2016년 12월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237명에 대한 인적사항을 병무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명단에 포함된 강씨 등은 “이 사건 처분은 처벌수단에 불과하므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병무청은 “소 제기 기간(90일)을 지났고,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은 인적사항 공개의 실익이 없는 경우 인적사항을 공개하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크기 때문에 공개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원고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인적사항 공개 처분이 있었던 것을 안 날로부터 90일을 넘겨 소송을 낸 만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법적 행위가 아니라 사실행위이고 공개 자체로는 아무런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