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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창조컨설팅 노조 파괴’ 발레오만도 대표, 9년만에 실형 확정

등록 2019-07-25 17:30수정 2019-07-25 21:27

창조컨설팅 자문받아 금속노조 탈퇴 유도
1·2심 징역 8개월 선고, 대법원에서 확정
전국금속노동조합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과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013년 7월15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쪽의 노조파괴 인권유린 폭력사태에 대한 인권위 긴급 구제신청 및 진정을 접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금속노동조합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과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013년 7월15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쪽의 노조파괴 인권유린 폭력사태에 대한 인권위 긴급 구제신청 및 진정을 접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0년 일부 업무 외주화에 반대해 쟁의행위를 하던 노조를 와해한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대표가 9년 만에 구속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해 금속노조 탈퇴 등을 유도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로 기소된 강 대표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강 대표는 조만간 구속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이날 오후까지 프랑스 출장 일정이 잡혀있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경비 업무 외주화 등에 반대하며 2010년 2월5일 잔업 거부 등 태업에 나섰다. 당시 태업에는 전체 직원 800여명 중 600여명이 참여했다. 회사는 같은해 2월16일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대응은 직장폐쇄로만 그치지 않았다. 강 대표는 2010년 3월 이른바 ‘노조 파괴 자문’으로 유명한 심종두 대표의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8차례에 걸쳐 금속노조 산하의 발레오만도지회를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등 쟁의행위 대응 전략을 자문받았다.

이같은 자문을 바탕으로 발레오만도 쪽은 쟁의행위 중인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2010년 3월에 100여명, 4월에 300여명을 업무에 복귀시켰다. 그 뒤 복귀자들을 상대로 ‘민주노총 바로 알기’ 등의 강의를 하며 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했다. 또 회사는 복귀자들이 만든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을 지원해 2010년 6월 노조 총회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안건이 통과되도록 유도했다. 사실상 회사가 노조를 좌지우지한 셈이다.

강 대표가 기업별 노조 전임자에게 2012년 2100여만원의 급여를 지원한 것 역시 불법으로 인정됐다. 노조법에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데 개입하거나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회사의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이런 회사의 불법 행위로 직장폐쇄 전까지 600여명이 넘었던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은 그 이후 해고자 29명을 포함해 36명으로 줄었다.

‘뒤끝’은 해고와 노조 와해에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직장폐쇄를 푼 뒤 ‘지피지기’ 개선 티에프(TF)팀 등을 운영하고 수십여명씩을 풀 뽑기, 화장실 청소, 작업장 페인트칠 등에 동원했다. 당시 회사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선 교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지회는 회사에 늦게 복귀하거나 지회 쪽과 친한 노동자들을 괴롭히기 위한 조처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강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기까지는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012년 10월 강 대표와 발레오만도 사쪽을 노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4년 대구지검 경주지청과 대구고검은 강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대구고법에 낸 재정신청이 2015년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강 대표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하지만 법정 구속은 이뤄지지 않다가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로 실형을 살게 됐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쟁의행위 이후 해고된 29명은 2017~2018년 대법원에서 모두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공장에 복귀한 것은 14명뿐이었다. 15명은 긴 싸움 끝에 정년이 지나 결국 복귀하지 못했다. 정연재 전 발레오만도 지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너무 지연된 정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를 한 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례를 남긴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기업 대표이사가 노조파괴행위로 구속이 확정된 것은 유성기업, 갑을오토텍에 이어 세 번째”라며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판결까지 긴 기간이 걸린 점,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10년의 고통에 비해 짧은 형량에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장기간 고통받고 있는 노조파괴 피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노조파괴 예방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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